인천항, 올해 300만 TEU 눈앞
"바다가 없는 나라 중 선진국은 없다"
[인천=뉴스핌 이고은 기자] "크레인 색이 분홍색이네요?"
지난 26일 시화호를 가로지르는 배 위에서 본 인천신항의 초대형 컨테이너 크레인은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이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웃으며 "다들 그것부터 말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온 항만 관계자들도 '색 선택을 누가 했느냐'며 흥미를 보인다고 했다.
분홍색은 크레인 소유주인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이 선택했다. 크레인은 안전을 위해 붉은색, 주황색, 초록색 등 눈에 띄는 밝은 색으로 도색한다. SNCT의 크레인은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세계 유일의 분홍색이다.
인천 송도신항 SNCT 컨테이너 크레인 <사진=뉴스핌 이고은 기자> |
독특하게 도색된 분홍색 크레인이 1년에 들어올릴 수 있는 컨테이너 수는 100만개다. 같은 인천신항 옆자리에 위치한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의 붉은색 크레인과 남항과 북항의 크레인까지 합해 지난해 268만개 컨테이너가 크레인으로 올려져 인천 땅을 밟았다.
인천항은 2005년 100만 TEU(1TEU는 6미터 규격의 컨테이너 박스 1개)로 시작해 2013년 200만 TEU를 달성했다. 올해는 300만 TEU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100만TEU를 늘리는데 12년 걸렸던 것이 4년으로 단축됐다. 특히 300만 TEU는 글로벌 항만으로 도약하는 기준이 되는 숫자다.
SNCT의 원격조종센터실에서 직원이 앉아 4개의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조종기를 조작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이고은 기자> |
인천신항의 또다른 특징은 인공지능(AI)를 통한 컨테이너 취급 시스템이다. 과거 사람이 원격조종센터에서 했던 일을 지금은 AI가 대신한다. 사람이 하는 일은 크레인을 컨테이너 근처까지 이동시키는 일이다. 이후에는 AI가 컨테이너를 잡고 들어올려 내려놓는 것까지 책임진다.
과거에는 컨테이너를 트레일러에 '쾅' 내려놓았다는 이유로 트레일러 기사들이 원격조종실 직원들에게 험한 소리를 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지금은 트레일러 기사들이 목청높일 일이 사라졌다. 먼저 들어온 차량이 먼저 나가는 '선입선출' 원칙도 AI가 더 철저하게 지킨다.
인천신항은 터미널 CCTV 영상을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 싱글윈도우'를 통해 볼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트레일러 기사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터미널 상황정보와 화물 반·출입 예상시간, 터미널 인근의 교통흐름 정보도 함께 볼 수 있다. AI를 비롯해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가 항만에 들어온 것이다.
송도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전경. 흰색 컨테이너는 냉동 컨테이너로 양 옆에 전력공급 장치가 있다. <사진=뉴스핌 이고은 기자> |
서울을 비롯해 내륙지역에 살고 있는 일반 시민들은 컨테이너 터미널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화하는 항만의 모습을 본 적 없는 젊은 세대는 더 그렇다. 그러나 김종길 인천항만공사 물류전략실장은 "바다가 인접하지 않은 나라 중 선진국은 없다"고 강조했다. 육지로 둘러싸인 선진국인 스위스는 강을 통해 컨테이너선이 들어온다. 배를 통해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느냐는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인천항은 2025년까지 연간 400만 TEU 물동량을 처리하는 세계 30위권 항만을 목표로 하고있다. 올해 목표 보유항로는 50개다. 우리나라가 부산항과 함께 세계적인 항만을 2개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인천항은 서울과 인접하고 세계적인 항만의 대부분을 가진 중국과도 가깝다. 세계 10대 컨테이너 항만 중 7개가 중국의 항만이다. 인천항의 잠재력에 기대감이 큰 이유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