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채비'에서 모자 호흡을 맞춘 배우 고두심(왼쪽)과 김성균 <사진=뉴스핌DB> |
[뉴스핌=장주연 기자] 뭉클하고 또 먹먹하다. 떠나야 하는 엄마와 떠나 보내야만 하는 아들, 모자의 가슴 아픈 사연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는 영화 ‘채비’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조영준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고두심, 김성균, 유선이 참석,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조영준 감독은 ‘채비’ 연출 이유에 대해 “4~5년 전쯤 TV에서 다큐멘터리를 봤다. 지적 장애 있는 50세 아이를 키우는 80세 노모 이야기였다. 거기에서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영상 편지를 남긴다. 하루하루 행복하고 재밌었고 심심한 적 없었다는 말이다. 엄마의 눈빛에서 희망, 긍정을 봤고 모자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조 감독은 30년 엄마 애순이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채비’에 담았다.
아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 애순은 ‘국민 엄마’ 고두심이 맡았다. 고두심은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을 가진 엄마라서 내가 강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가졌다. 그 생각을 계속하면서 찍었다”며 “같은 어머니라도 아픔이 있는 자식을 가진 어머니 입장에서는 배로 가중되는 게 있었을 거다. 그런 거에 있어서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엄마 애순의 아픈 손가락, 일곱 살 지능의 서른 살 인규는 김성균이 연기했다. 김성균은 “혹시 제가 그분들께 누가 될까, 영화적으로 재밌는 장면도 만들어야 하는데 실례가 될까 걱정됐고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단순히 웃기기만 위한 장면을 만들어내지 말자고 생각했다. 또 감독님과 다큐 영상을 같이 많이 봤고 복지관에서 실제로 그분들을 만나서 관찰했다”고 회상했다.
영화 '채비'에서 인규를 열연한 배우 김성균 <사진=뉴스핌DB> |
‘말아톤’(2005) ‘맨발의 기봉이’(2006)를 연상케 한다는 평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성균은 “저 역시 두 작품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그래서 되도록 그 영화를 안보려고 했다. 다큐로 시작한 것도 그래서다. 또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 아이 같은 모습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며 “전 우리 영화가 엄마와 아들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장애인 아들과 엄마가 아닌 어른 아이 같은 아들과 아들을 늘 어른 아이처럼 바라봐주는 엄마 이야기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두심은 “그 작품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엄마 입장이나 자식 입장이나 언제든 다 비슷할 거다. 하지만 배우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걸 봐주시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애순의 또 다른 자식이자 인규의 누나 문경 역은 유선이 채웠다. 유선은 “문경은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모녀 관계를 누리지 못한 것에 한이 많다. 그러다 엄마가 통장을 건네면서 하는 고백에 무너진다. 엄마와의 짧은 화해에 너무 안타깝고 아쉬웠을 거다. 저 역시 사근사근한 딸이 못된다. 그래서 영화 찍으면서 엄마에게 전화도 더 하게 됐고,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끝으로 유선은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느껴지기가 슬픈 영화다. 그러다 보니 정말 울 거 같다는 기대를 하실 거 같다. 하지만 ‘채비’는 울리기 위해 만든 영화도, 슬퍼지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도 아니다. 따뜻하게 힐링해드리고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려고 만든 착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고두심 역시 “추운 겨울에 따뜻한 영화, 가족 누구든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한다. 큰 울림은 아니더라도 가족의 힘이 얼마나 큰지 여러분의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채비’는 오는 11월9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