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행동감시나 고립시키는 통제도 데이트폭력
사랑 내세위 집착? “물리적·성폭력만 폭력 아냐”
심리적·정서적 폭력에 관대한 한국, 인식 바꿀 때
[뉴스핌=황유미 기자] "데이트 폭력, 떠나는 사랑 찾기 위한 몸부림."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의 수원대학교 법학과 강의계획서에 있는 이 문구가 최근 논란이 됐다. 누리꾼들은 "데이트 폭력을 미화" "데이트폭력을 합리화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류 최고위원은 강의에 대한 호기심을 끌기 위해 쓴 '반어적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데이트 폭력에 대해 '사랑싸움' '사랑에 대한 표현' 등으로 치부하는 잘못된 인식은 사회에 아직 뿌리깊이 존재한다. 이런 생각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신고를 막고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회원 6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데이트 폭력이나 그로 의심되는 일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7%(362명)이었다.
이들 중 목격 후 행동을 묻는 질문에는 63%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연인 관계의 자잘한 다툼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다.
피해자 중 38%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단순한 사랑싸움이라고 여겼다'란 응답이 21%를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다. 신체적 폭력만을 데이트폭력으로 보는 것도 범죄 예방에 걸림돌이 된다. 통제 등 사소한 폭력적 행위 역시 반복되면서 심각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이를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는 행동을 감시하거나 주변인들로부터 고립되게 하는 통제행동까지 공식적으로 데이트폭력으로 보고 있다. 성적·정서적 폭력도 물론 포함한다.
이는 '통제 행동' 역시 불균형적인 권력관계와 집착에서 비롯된 행동 중 하나로 정서적·물리적 폭력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통제 행동 및 심리적·정서적 폭력에 후한 편이다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요인' 논문에 따르면, 성인 남성 2000명 중 71.7%(1433명)이 연인을 통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심리적·정서적 폭력을 행한 남성도 33.6%(732명)에 달했다.
통제 경험에 대한 응답 수치가 이처럼 높은 것은 '누구와 있는지 항상 확인' '통화될 때까지 계속 전화' 등의 통제 행동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 통념상 연인 간의 집착 정도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인 사이에 사소한 수준의 폭력적 행동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사회 인식 변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한 '사랑싸움'이 아닌 심각한 폭력임을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영오 형사정책연구원 범죄예방센터지원장은 "이제 우리 사회는 (연인사이의) 신체적 폭력을 '데이트 폭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별도로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인을) 통제한 사람이 통제하지 않은 사람보다 신체·정서적 폭력을 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명했다.
홍 센터장은 신체적 폭력을 넘어 정서적 폭력, 성적 폭력, 통제행동까지 데이트폭력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연인에게 집착하거나 연인을 통제하려하고 그것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전문가들은 '폭력인지 사랑인지 헷갈리면 폭력으로 인식하라'고 말하는데 이를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도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