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모두 제 욕심 때문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 극장 개봉을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 논란을 언급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칸에 이어 국내에서도 ‘옥자’ 개봉이 어려워진 것을 놓고 “의도한 건 아닌데 가는 곳마다 논란을 일고 다닌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야기시키면서 새로운 룰이 생겨나고 있다. ‘옥자’가 영화 외적으로도 그렇게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이 영화의 타고난 복”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칸영화제는 초청 전에 프랑스 내부에서 정리해야 했다. 우리를 불러놓고 그래서 민망했다. 우리가 프랑스 국내법까지 공부하면서 찍을 수는 없다. 국제영화제인데 프랑스 법을 관철하려 해서 의외였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영화제는 항상 이슈와 논란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우리가 그 역할을 맡은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반면 한국 극장 개봉을 놓고는 “양상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멀티플렉스 측 입장을 이해한다. 그들은 3주간의 홀드백을 원하고 있다. 극장은 극장업을 하는 분들이니 당연하다. 반면 넷플릭스는 스트리밍과 극장 개봉을 동시에 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것 역시 존중돼야 한다. 넷플릭스는 회원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다. 극장에 간 동안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기다려야 한다. 그들의 우선권을 뺏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이 모든 일이 저의 영화적 욕심 때문에 생긴 듯하다. 넷플릭스는 그간 극장과 갈등을 일으킨 적이 없다. 원인 제공자가 저다. 이 영화를 큰 화면에서도 많이 봤으면 했다. 그래서 미국, 영국, 한국 큰 스크린에 되도록 많이 걸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NEW도 그걸 공감해서 배급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칸을 간 후에 현실적이자 제도와 법적인 룰이 생겼다. 극장과 넷플릭스 간의 룰도 이번 기회를 통해 세부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을까 한다. 룰과 규칙이 오기 전에 영화가 먼저 도착한 거다. 그 시간차가 있었다. 룰들을 정비하는데 ‘옥자’가 신호탄 역할을 한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봉준호 감독은 “제 욕심 때문에 이 논란이 일었다. 본의 아니게 피로함을 느꼈을 업계 분들에게 죄송하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품질 좋은 스트리밍과 큰 극장 화면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당연하다. 어쨌든 전국 대한극장, 서울극장을 포함해 전국 곳곳 정겨운 우리 극장들을 찾아볼 기회다. 상황 자체는 만족스럽다. 작지만 길게 여러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옥자’는 오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된다. 국내에서는 같은 날 멀티플렉스 극장을 제외한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도 볼 수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는 영화를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상영하는 것은 영화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옥자’ 상영을 거부한 상태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영상/사진=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