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이준익은 이준익이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묵직한 메시지까지. 이준익 감독이 진심을 담은 또 하나의 작품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박열’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제훈, 최희서가 참석,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
전작 ‘동주’(2016)에 이어 또 한 번 실존 인물 영화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은 “시대에 따라서 접근 관점이 다르다. 사실 근현대 실존 인물을 영화로 만드는 건 너무나 조심스럽고 위험하다. 미화도, 폄하도 안 된다. 왜곡과 날조를 배제하면서 성실하게 가기 위해서는 어렵고 위험한 선택을 많이 해야 한다. 그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면서도 “어떤 인물에 빠지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을 통해서 시대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준익 감독은 “일제 강점기 영화는 독립군의 활약상, 어떤 억울함에 대한 감정적 호소를 다룬다. 하지만 박열만큼은 훨씬 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제국주의 모순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박열이 실제 그랬다”면서도 “다만 의미를 살리면 재미가 떨어진다. 그래서 그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조선인 특유의 해학과 익살이 그것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연출 주안점을 밝혔다.
실존 인물을 다룬 만큼 철저한 고증도 거쳤다. 이준익 감독은 “대사도 이름도 시기도 다 철저한 고증에 걸쳤다. 자료는 부족했지만, 일본 내각도 최대한 고증을 거쳤다. 무엇으로 고증했느냐. 신문으로 했다. 아사히 신문을 주로 활용했다. 그 고증을 쫓아가다 보니 이건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계획해서 주도적으로 이끈 재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예산은 최소한으로 활용했다. 이준익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찍는 게 제 목표였다. 제작비를 많이 들어서 찍을 수 있다. 진심을 전달하는데 화려한 볼거리나 과도한 제작비는 오히려 방해된다. 최소의 조건으로 찍어야만 그때 그들이 가졌던 진정성을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저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준익 감독은 “일제강점기는 아직도 역사적으로 선명하게 정리해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영화를 찍을 때는 엄숙하고 진지하고 해야 한다는 관습도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조선 최고의 불량 청년 박열 역은 이제훈이 연기,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이제훈은 “처음 시나리오를 주신다고 했을 때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렜다. 하지만 막상 시나리오를 읽으니까 상당히 어려운 캐릭터더라. 제 그릇에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며 “사실 부끄럽게도 그때는 박열을 잘 몰랐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인물에 깊이 빠져들고 탐구해갔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제훈은 ‘박열’의 일대기를 세세하게 공부하고 익힌 것은 물론, 그 인물의 신념까지도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제훈은 “그 시대 박열이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가를 집중했다”며 “그 상황과 시대를 경험하면서 울분과 아픔이 있었을 거다. 근데 그걸 단순 개인적 욕망 해소로 그치지 않고 조선인의 희망이 되고자 한다. 저 역시 그것이 온전히 전달되길 바랐다. 또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돌아볼 수 있길 원했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한 명의 주인공, 박열의 신념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카네코 후미코는 역시 실존 인물로 일본인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를 반대하며 항일운동을 하는 여성이다.
이준익 감독은 “박열 관련 서적이 더러 있는데 그중 야마다 쇼지가 쓴 가네코 후미코 평전이 있다. 그걸 보면 후미코는 박열이라는 존재와 관계성 안에서 충분히 그 시대 근대성을 보여준 여성이다. 또 박열의 연인이기 전 동지로서 가치관에 충실했던 인물이자 자신을 여성이기 전에 인간으로 본 뛰어난 청년들과 어울린 여성”이라며 “이를 견제하며 찍어야 그들의 선택이 인간관에서 나온 것으로 그릴 수 있다. 그래서 후미코의 여성성을 부각했다”고 말했다.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최희서는 “가네코 후미코는 7살 때 조선에 가서 식모살이하며 지내면서 거기서 일본인에게 학대받는 조선인을 처음 본다. 그리고 본인도 할머니에게 학대받으면서 피지배층의 설움을 느꼈다. 그때부터 일본 제국주의에도 조금씩 반항심을 갖게 된 것”이라며 “그부분에 있어서 박열과 후미코의 사상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가갔다. 박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준익 감독은 혹시 모를 우려의 시선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짚고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는 반일 영화가 아니다. 끊임없이 영화 속에서 그걸 증명했다. 초반에 박열이 ‘일본 권력에는 반감이 들지만, 일본 군중에는 친밀감이 든다’고 한다. 일본 내각 내에서도 양심적 발언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건 반일 영화가 아니다. 어쩌면 어느 시대나 부당한 권력에 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젊은이의 뜨거운 함성이다. 그렇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박열’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