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간스탠리 "펀더멘털, 밸류에이션 모두 매력적"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연초 이후 횡보 흐름을 보이다 지지부진했던 일본 증시가 최근 한 달 사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주목받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 사이에서 일본 증시가 다시 두 자릿수 더 오를 수 있다는 낙관적 평가가 제기되 눈길을 끈다.
11일 자 월가 금융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가 5월 초까지만 해도 상승률이 간신히 보합권에 그쳤지만, 미국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일본 증시 전망이 수년 만에 가장 밝아지고 있다며 매수 권고를 제출했다고 소개했다.
모간스탠리가 주목한 부분은 일본의 강한 경제 성장세와 물가 모멘텀 그리고 낮은 주식 가치평가 수준(밸류에이션)이다.
◆ 연말 토픽스 1770 예상.. 12% 상승 여력
일단 최근 일본 경기 회복세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신 단칸지수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시장 전반에 확산된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앞서 엔화가 다소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실질 상품수출 상승세는 연율 기준으로 12.4%까지 개선됐고, 수출량은 9년래 최대치까지 늘었다.
이러한 일본의 제조업 성공은 아시아와 신흥시장 전역으로의 세계 교역 급증 추세를 적극 활용한 일본 기업들이 주도한 것으로, 중국만 예로 들어도 일본 제조업의 대중국 수출은 연초 대비 16%가 늘어난 상태다.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국내에서 인프라와 건설 지출이 늘고 있는 상황도 성장률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토픽스지수 1년 추이 <출처=블룸버그> |
모간스탠리의 조나단 가너 수석 아시아 및 신흥시장 증시전략가는 이 모든 것이 증시에 호재라며 토픽스가 연말까지 177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너의 전망은 일본 상장사들의 올 회계연도 주당순이익(EPS) 성장세가 27%에 달하고 내년에도 10%가 추가 성장할 것이란 전망과 또 올해 달러/엔 환율이 평균 110엔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제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 실적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내에서도 최근 4년 만에 가장 양호한 기업 실적이 발표되고 있다.
◆ 물가·평가수준도 매력적
모간스탠리가 일본 증시에 대해 '그린라이트'를 비춘 또 다른 배경은 물가 상승 전망과 낮은 밸류에이션에 있다.
지난 25년 가까이 일본 경제를 짓눌러 온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은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노동시장과 함께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실업률은 2.8%로 2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평균 시간당 소득은 오는 2018년까지 연간 3% 상승률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연구원들은 임금 상승이 기업 마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 중요하다며, 비용 증가가 생산성 개선으로 충분히 상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올해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4%로 중앙은행 목표치인 2%에 못 미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질 금리가 하락해 유동성 여건은 개선되고 엔화는 약화되는 결과를 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일본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절대적, 상대적 기준으로 모두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모간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증시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7.8% 정도이며 선행 예상이익에 기반한 주가수익비율(forward PER)이 13배가 안 돼 MSCI 세계지수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저 부근이다.
기업 현금 비중도 다른 선진국 기업에 비하면 3~5배정도 높으며 기업 지배구조 개혁으로 배당금 확대 등으로 이어진다는 차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호재들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들은 일본 수출기업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익스포저를 균형 있게 가져가는 것이 좋으며, 현재로서는 계속해서 환율 헤지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모간스탠리는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