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지금껏 봐온 그 누구보다 자신의 색깔이 뚜렷하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하다. 장재인(26)은 대중성을 위해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곡의 완성도와 성취감을 우선시로 두는 똑똑한 아티스트다.
장재인이 최근 1년 8개월 만에 신곡 ‘까르망’을 선보였다. 남녀의 뜨거운 사랑을 진홍빛을 뜻하는 프랑스어 까르망에 빗대어 표현했다. 더욱이 주로 포크 음악 색깔을 보였던 장재인이, 이번 신곡에 재즈를 가미해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이번 곡은 가사에 중점을 두고 들으면 재미있어요. 1절의 시점과 엔딩에서의 말투가 전혀 다르거든요. 가사 작업도 잘 풀려서 기분이 좋았죠. 박근태 작곡가가 리듬적인 부분 때문에 가사 수정 요청을 꽤 하셨어요. 그만큼 곡의 작품성이 높아져서 만족해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를 잡은 장재인은 홀로 곡 작업을 하기에도 충분했지만, 박근태 작곡가와 힘을 합쳤다. 두 사람이 함께 한 이유는 간단했다.
“앨범이 빨리 나오는 게 중요했어요. 많은 분들에게 제가 아직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박근태 작곡가는 추진력이 정말 빨라요. 혼자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박근태 작곡가는 음악적인 스타일이 저와 정반대에요. 다른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합쳐져서 새로운 색깔이 나온 것 같아요(웃음).”
이번 신곡의 가사는 영화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이 큰 영향을 줬다. 장재인의 관점을 바꾸게 한 계기였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됐으니 말이다.
“당시 ‘까르망’ 가사를 쓰고 있을 때 제가 모든 것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 영화를 보게 됐죠. 영화에 연배가 있는 커플의 대화가 나오는데, 그걸 보고 깨달은 점이 많았어요. 스스로가 사랑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가 긍정적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런 부분을 가사에 녹여냈어요.”
‘비포 미드나잇’이 장재인의 감정과 생각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정작 작사에 영감을 주는 것은 따로 있었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영화와 책,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곡의 영감을 받지만, 장재인은 정반대였다.
“곡의 영감은 제 자신에게 받아요. 하하. 사람에게는 다양한 인격이 있다고 하잖아요. 저도 제 안에 페르소나를 분열시키고, 그와 맞는 이미지를 찾아요. 작가들이 많이 하는 방법을 채용한 거죠. 창작에 굉장한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 도움을 준 제 자아는 담백한 말투를 갖고 있는 ‘예인(Jein)’이에요. 예인을 떠올리면 마치 베를린으로 간 기분이 들어요. 제가 조금 독특하죠? 하하.”
얘기를 나누다보면, 자신의 생각과 철학관이 그 누구보다 뚜렷하다. 자신의 자아로 노래가 완성되다보면, 가장 중요한 대중성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재인에게 대중성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아보였다.
“제 곡이 대중성이 없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한 번은 쓴 곡이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낮은데, 다른 사람들은 좋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느꼈을 때 완성도가 최상인 곡이 탄생하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껴요. 그래서 1순위는 제 성취감이랑 만족도에요. 노래가 굳이 대중적지 않더라도 색깔만 확실하면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을 만족시키는 곡이 아닌,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 무엇을 불러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똑똑한 뮤지션이 됐다. 그래서인지 장재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특별한 것이 없다.
“저에 대한 수식어가 정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장재인스럽다’라는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은 거죠. 이 말이 가장 기분 좋은 얘기인 것 같아요(웃음). 특별한걸 원하지는 않아요. 그냥 멋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죠. 그리고 요즘 느끼는 ‘서울 느와르’라는 감정을 곡으로 유연하게 녹여내고 싶고요. 제 스스로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뾰족한 자아가 표현 됐으면 좋겠어요. 좋은 작품을 내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죠.”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