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혁오에게 이번 앨범은 대놓고 분노를 표출한 곡을 담은, 대중적인 부분에 대해선 실패한 앨범이다. 하지만 오혁의 생각과 그 당시의 감정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4일 밴드 혁오(오혁‧임동건‧임현제‧이인우)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디뮤지엄에서 첫 정규앨범 ‘23’ 발매 기념 음감회를 개최했다.
타이틀 ‘가죽자켓’은 혁오 멤버들이 지난날을 돌아보며 만든 곡으로, 좌절뿐인 외로운 인생을 담은 가사와 달리 경쾌한 리듬이 특징이다. 더블타이틀곡 ‘톰보이(TOMBOY)’는 혁오가 이번 앨범에서 고민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집약돼 있는 곡이다.
이날 오혁은 “2년 동안 열심히 만들었고, 또 열심히 만들었다.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앨범은 2년 전부터 고민을 해왔다. 처음에 EP앨범을 내고, 예상치 못하게 저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때 새로운 메시지와 주제를 가지고 앨범 작업을 하는 게 맞는지, 기존의 정서를 마무리 맺는 게 맞는 건지 고민했다”며 앨범 작업 당시 고충을 털어놨다.
오혁은 “정규 앨범이 없다보니 음악적으로 마침표를 찍기 위해 이전에 해왔던 공허하고 염세적인 분위기를 담았다. 2년이나 걸리다보니 힘든 상황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Youth’라는 뜻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찬란하고 빛이 나는 청춘이라는 것과, 흘러가는 것으로 인해 불안하고 방황하는 청춘이라는 뜻이 담겼다. 그런 맥락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밴드 혁오의 이전 앨범 타이틀곡이자 히트곡인 ‘위잉위잉’ ‘와리가리’보다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사운드 역시 더욱 폭발적이고, 격한 느낌을 낸다.
이에 대해 오혁은 “앨범을 만들다 개인적으로 슬럼프가 왔다. 작업을 6개월 정도 쉬었다. 그러다보니 곡이 자연스럽게 우울한 무드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전에 ‘20’ ‘22’ 앨범에서는 우울하지만 티를 내지 말자는 태도가 있었다. 이번에는 그걸 까먹고 그렇게 쓰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분노가 사운드 부분에서 표출됐다. 작업하면 할수록 대중적인 앨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에야 고민 중”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혁이 말하는 이번 정규앨범 ‘23’은 대중적이지도 않고, 결말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곡을 쓴 오혁도 결말을 모르기 때문. 하지만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서로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임현제는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편곡이나, 같은 맥락에 있는 걸 공유하다보니 앨범 작업도 자연스럽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임동건 역시 “지인의 작업실을 빌려 네 명이서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저희가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사도 듣게 되고, 사운드적으로 더 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밴드 혁오 멤버들은 “돈을 많이 벌고, 록스타가 되자고 모인 것은 아니었다. 멋있는 음악을 꾸준히 하자는 모토가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 상업적인 부분은 불안에 해당되지 않는다. 앨범에서 우리의 감정이 불안하다고 했지만, 아직 무엇이 뚜렷하게 불안한지 몰라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혁오의 첫 정규앨범 ‘23’에는 타이틀곡 ‘가죽자켓’과 더블타이틀곡 ‘TOMBOY’를 비롯해 ‘버닝 유쓰(Burning Youth)’ ‘도쿄 인(Tokyo Inn)’ ‘2002월드컵(2002 World Cup)’ ‘지저스 리브드 인 어 모텔 룸(Jesus lived in a motel room)’ ‘완리(Wanli万里)’ ‘다이 얼론(Die alone)’ ‘지정석’ ‘사이먼(Simon)’ ‘폴(Paul)’ ‘서프 보이(Surf boy)’까지 총 12곡이 수록됐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두루두루a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