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류승범이 거친 폭력과 그로 인한 파멸을 그린 연극 '남자충동'으로 난생처음 연극무대에 오른다.
19일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CJ아지트에서 연극 ‘남자충동’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광화 연출가를 비롯해 류승범, 박해수, 손병호, 김뢰하, 황영희, 전역산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연극 ‘남자충동’은 가부장 지향의 남자들이 ‘강함’이라는 판타지를 실현하고, 그로 인해 드러나는 폭력성향으로 결국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폭력조직의 보스 이장정(류승범‧박해수)이 놀림 받는 자폐 여동생 달래(송상은‧박도연)를 보호하기 위해 더 강해져야겠다는 결심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이 작품은 액션물이 아닌, 폭력적 행동에 이르는 과정인 ‘폭력충동’을 묘사했다. 거창한 이유로 위장된 폭력의 허위를 풍자하고 그 심리적 과정을 담아냈냈다. 또 남자의 헛된 폭력충동과 그 허위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날 조광화 연출가는 “‘남자충동’이 20주년이라 스케일이 조금 커졌다. 이 작품을 자주 공연하지 못했다. 배우 찾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같이 해보고 싶었던 류승범, 박해수 등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설렌다”며 작품을 올린 소감을 전했다.
류승범은 “처음에 장정 역할을 제의받고,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배우들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역할을 맡은 박해수 역시 “20주년 기념 공연을 참여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남자충동’이라는 어려운 작품을 제안해주셨을 때, 제 나이에 가능할까 걱정했다. 류승범 선배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오랜만에 연극을 하게 돼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류승범의 연극 도전은 조금은 특별하고, 생소하게 다가온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연극예술의 호기심”이라고 밝혔다. 류승범은 “연극을 보고 이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정말 해보고 싶었다. 연극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지도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 작품 때문에 들었다. 극 중 캐릭터가 사투리를 쓰는데, 어려운 부분은 황영희 선배가 전라도 목포 분이라 많은 지도를 받았다. 대본 위주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남자충동’은 겉으로 봤을 때 폭력적인 부분이 부각된다. 하지만 이를 풍자하는 것이 숨은 의도이자, 연출이다.
조광화 연출가는 “초연 당시 조폭영화가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그때 영화에서는 폭력적인 부분을 미화했다. 이 연극은 가짜욕망, 헛된 욕심을 쫓아가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고 있는지 묻는다. 사람들이 왜 폭력적인 부분으로 빠지는지 담아보려고 애쓰고 있다”며 연출가로서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이어 “공연문화의 배우 트렌드가 부드러워지고 있는 것 같다. 보는 관객들도 강한 이미지를 불편해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올리지 못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배우들도 거친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장정은 이번 스토리만 따라가면 재미가 없기에, 강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런 부분에서 충족 되는 사람이 바로 류승범과 박해수”라고 배우들을 극찬했다.
사실 류승범의 연극 도전은 생소하게 다가온다. 스크린에서도 오랜 공백이 있었기에, 복귀작으로 연극을 택한 이유가 새삼 궁금했다. 류승범은 “연극을 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에 연극예술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작품을 통해 새로움을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무대에서 걷고, 뛰고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었다. 지금은 굉장히 즐겁게 배우고 있다. 연극예술에 참여하면서 이 무대에 서서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큰 걸 배우고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연극 ‘남자충동’은 오는 2월 16일부터 3월 26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프로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