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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기부한파②] '기부영웅' 없는 우리나라, 왜?

기사입력 : 2016년11월28일 14:37

최종수정 : 2016년11월28일 14:47

기부 경험자 국민 10명 중 3명뿐
공유사회 가로막는 '법과 제도' 한몫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전환 필요

[뉴스핌=김범준 황유미 기자]  최근 스마트폰 보급 확산에 힘입어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새로운 사업모델로 급부상했다.

개인의 '잉여 소유물'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소유권이 없는 자원인 공공재(public goods) 혹은 공유재(common pool resources)와 구분된다.

공유경제에서 소유자들은 충분히 이용하지 않는 물건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동시에, 대여자들은 물건을 직접 구매하거나 전통적인 서비스업체를 이용할 때보다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해당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윈윈(win-win)' 구조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의 법과 제도...공유경제 발목 잡나?

하지만 공유경제가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에 비해 확산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불법 논란, 기존 사업자와 갈등 등으로 시장 확대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제도는 "열거된 것만 금지하고 나머진 전부 허용한다"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 아니라, "열거된 것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금지한다"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이기 때문에 대부분 공유 서비스는 불법이다.

현행 법령에 차량 공유나 공유민박 같은 업종구분이 아예 없어 사업자 신고나 등록을 할 수가 없다. 실제로 '우버'와 '콜버스'의 사례는 공유경제 방식을 수용하지 못하는 기존 제도와의 충돌과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기존의 법체계가 소유권 중심으로 설계된 반면, 공유경제는 소유권이 아닌 접속권을 위주로 하는 만큼 충돌 여지가 많다. 현행법이 대규모 기업사업자 중심의 기준으로 짜여져 있어, 개인 중심의 효율적 공유경제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 신뢰 기반 개인거래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자와 이해충돌을 최소화하는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희망 2017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됐다. <사진=뉴시스>

법과 제도의 미비는 새롭게 등장한 공유경제뿐만 아니라, 기존의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는 '기부'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종 법과 제도 등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소액 기부 문화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모금 업계 관련자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기부 경험자는 10명 중 3명이라고 통계청은 전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기부 영웅'은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로 집계된다.

◆ 어떤 법이 기부를 위축시키는가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기업이 주식의 5%를 초과하는 금액을 공익단체에 내놓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또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모집 및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행정자치부장관 등에게 등록해야 하며, 모집된 기부금품은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법 조항은 기업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기부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은 "자유롭게 자기 기부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과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기부에 대한 제도적 보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지난 9월부터 최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의해 기부가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평가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등은 대가성이 없어도 목적을 불문하고 1회 100만원(연간 총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의 수수가 일절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금품을 받는 공직자등 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에게도 수수금액의 최고 5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는 병원과 재단의 모금 담당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40명(20%)이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기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이는 경기 침체(20명·10%) 요인보다 많은 수치다.

강신업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김영란법'에서는 100만원 이상이면 원인을 따지지 않고 금지하기 때문에 선의의 기부 의지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기부 등 건전한 목적에 대해서는 확실한 면피 조항 등이 추가되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가 요구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김영란법'은 공직자등의 금품수수에 관한 법인만큼 민간 대 민간에게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기업이 민간 모금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김영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민간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종종 오해하기도 한다.

허기복 목사(연탄은행 대표)는 "시행초기에는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대한 오해로 인해 여파가 컸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의 지난 10월 기부 내역은 25만장으로, 전년 동월 40만장에 비해 15만장(약37%)이 감소했다. 허 목사는 "민간 기부는 '김영란법'에 저촉사항 없으므로, 오해를 풀고 민간 기부단체에 대한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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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m '고도제한' 양천구 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도제한 기준 개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갑작스러운 고도제한으로 재건축에 큰 제약을 받게 된 서울 양천구 목동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그동안 대부분의 면적이 제한을 받던 강서구 주민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 서울시와 정부 모두 곤란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공항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 내용.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이제 재건축 막 올랐는데"… 90m 고도제한에 목동 주민들 뿔났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4일 ICAO 국제기준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이에 따른 수혜 및 피해지역 간 온도차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ICAO는 국제 민간항공 항공기술·운송·시설 등을 관할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올 4월 ICAO는 2030년 11월 시행을 목표로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장애물 표면을 향후에는 침투금지표면과 평가표면으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항 주변 지역은 '공항시설법'에 따른 장애물 제한 표면지역으로 설정돼 건축물을 높게 지을 수 없었다. '제한표면'(OLS) 규정에 따라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기 성능이나 비행 절차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물 높이를 획일적으로 규제해서다. 활주로 반경 4㎞ 이내 건물은 45m를 초과하지 못해 13층 이상의 아파트를 짓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노후 주거지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이를 '금지표면'(OFS)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한다. 금지표면은 항공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절대적 금지구역이다. 평가표면은 건물 높이를 규제한 금지 표면을 축소하고, 항공학적 검토를 거쳐 건축물 높이를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이다. 공항별 여건에 따라 평가표면을 축소하거나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정안상 평가표면은 현행 기준보다 확대된다. 국내에 적용되면 김포공항 반경 약 11∼13㎞ 내가 평가표면으로 분류돼 45·60·90m 등으로 고도를 제한할 수 있다. 이 경우 원래는 고도제한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던 양천구는 영등포, 마포, 부천 등이 평가표면에 포함된다. 고도제한 요건 수정으로 가장 마음이 급해진 건 목동신시가지 소유주들이다. 현재 1~14단지 모두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는 최고 49층, 7단지는 최고 60층을 목표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최고 층수가 49층이면 높이로는 약 180m이므로 90m 고도제한이 설정되면 설정 범위내 모든 건축물은 30층 이하로만 지어야 한다.   목동 14개 단지 재건축 조합 등으로 구성된 '목동 재건축 연합회'(목재련)은 이달 28일 ICAO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상용 목재련 회장은 "항공기술 발전에 따라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개정안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을 짓밟는 퇴행적 조치"라며 "이는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기회와 재산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목동 재건축 사업의 동력이 상실되고 수도권 전체 도시 재생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토부에 김포공항 이전 재검토나 ICAO 개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 표명을 요청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 국내 도입 시 항공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국내공항 여건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재산권 행사 좀 하자"는 강서구… 중간에 낀 서울시 '난감' 양천구와 반대로 강서구는 ICAO 개정안에 대한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서구는 현재 전체 면적의 97.3%가 고도제한 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절대적 금지표면 대비 조건부 평가에 따라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금보다는 높은 층수로 정비사업이 가능하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지난달 고도제한 완화 관련 세미나를 열고 "1958년 김포국제공항 개항 이후 강서구는 도시 발전과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다"며 이번 국제기준 개정이 강서구 56만 주민의 염원을 담아 합리적이고 조속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내 자치구가 상반된 처지에 놓이면서 서울시도 향후 정책 방향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목동6단지를 방문해 재건축 속도를 높인다면 ICAO 개정안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동 재건축 단지가 개정안 시행이 예정된 2030년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까지 모두 마친다면 제도 변경 사정권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오 시장은 "아직 고도제한 개정 관련 세부 내용이 완전히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8월부터 ICAO와 국토부 사이 소통을 통해 최종 규정안 협상까지 1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재건축이 진행되는 지역의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시 또한 재건축 추진 단지가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강력히 건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고도제한 관련 규정 개정과 재건축 사업 사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주택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지역 전체의 자산 가치와 지방세수 증가, 인구유입 등에 효과가 있으나 그 과정에서 비행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영록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제한된 면적 하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저하는 해당 지역 개발의 결정적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장애물제한표면 하에서의 법규상 각종 제한까지 더해지면 지역 노후화의 대표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고도완화가 없이 특정 지역 전체의 경제적 이익이 상실된다면 항공항적 검토를 바탕으로 한 고도제한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환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 대표는 "일본과 대만은 도심에 있는 비행장 주변의 공역을 재설계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비행안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항공기와 관제 기술의 급속한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식 정책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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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공모' 이상민 前 장관 구속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죄를 범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1일 영장을 발부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스핌DB] 특검은 지난달 28일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등 혐의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해 국민의 생명·안전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특검은 이 전 장관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외청 기관장인 소방청장 등에게 의무 없는 단전·단수를 지시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도 봤다. 특히 이와 관련해 특검은 그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변론기일에 나와 단전·단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위증이라고 판단해 이 혐의도 적용했다. 그동안 이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등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행안부에는 소방청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주장이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고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160장의 파워포인트(PPT)를 준비하고, 앞서선 300여쪽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이 이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전 장관 구속은 이른바 '안가(안전 가옥) 회동 의혹' 관련자 중 첫 신병 확보인 만큼, 일각에선 특검이 근시일 내 나머지 안가 회동 멤버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가 회동 멤버는 이 전 장관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법률가 출신 최측근으로, 계엄 해제 이후 안가에 모여 계엄 직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hyun9@newspim.com 2025-08-0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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