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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 사극' 열풍 공연계도 삼켰다…새 이야기로 탄생한 '잃어버린 얼굴 1895' '팬레터' '곤 투모로우'

기사입력 : 2016년10월21일 09:02

최종수정 : 2016년10월21일 09:02

팩션 사극 뮤지컬의 열풍을 잇고 있는 '잃어버린 얼굴 1895' '팬레터' '곤 투모로우'(왼쪽부터) <사진=서울예술단·벨라뮤즈·아시아브릿지컨텐츠>

[뉴스핌=이지은 기자] 드라마로 시작해 영화, 그리고 이제는 공연계에도 ‘팩션(팩트+픽션의 합성어)’ 사극 열풍이다. 말 그대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면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팩션 사극.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내 흥행 열풍을 잇고 있다. 특히 공연계에 불고 있는 팩션 사극 뮤지컬은 모두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해 흥미를 더한다.

◆창작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잃어버린 얼굴 1895’는 2013년 초연 당시 99.6%라는 압도적인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을을 얻었다. 현재 삼연까지 올리는데 성공한 이 작품은 명성황후의 외로웠던 생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

사실 명성황후의 일대기는 다수의 드라마에서 숱하게 그려졌다. 그때마다 여부장이면서 정치가로서 면모가 부각됐다. 하지만 이 작품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한 장도 남아있지 않는 명성황후의 사진에 초점을 맞추며 명성황후가 시해된 1895년 을미사변의 밤과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여성’으로서의 명성황후를 그렸다.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그린 '잃어버린 얼굴 1895' <사진=서울예술단>

현재까지 공개된 명성황후의 초상화는 모두 추정인 만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을 더해 역사 속 진실에 대해 파헤치는 것도 볼거리다. 이지나 연출은 “명성황후의 국가적인 이야기보다 개인의 고뇌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며 “서울예술단의 제작 색깔에 맞게 연출은 음악과 무용의 어우러짐, 무대와의 시너지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화려한 볼거리에 클래식, 판소리가 섞여 새로운 느낌의 창작 가무극이 완성됐다. 초연, 재연, 삼연때마다 연출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까지 평점 9.4(인터파크 기준)를 유지하는 ‘웰 메이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
김수로 프로젝트 19탄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한국의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의 원작 ‘도라지’를 각색했다. 조선 말기 젊은 개혁가였던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는 조선 최초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으려 한 비운의 왕 고종의 이야기를 담았다.

'곤 투모로우'는 고종이 개화파 지식인 김옥균을 앞세워 혁명을 도모하지만 실패하는 내용을 그린다. 팩트가 있는 만큼, 픽션도 더해졌다. 1884년 갑신정변을 일으키고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가 가공의 인물에 가깝게 새로운 캐릭터로 빚어졌다.

'곤 투모로우'에서 홍종우 역을 맡은 김무열(오른쪽)과 김옥균 역의 강필석(왼쪽)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역사에 초점을 맞췄지만, 뮤지컬 넘버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샘플링하는 등 이색적이다. 어찌보면 다소 어울리지 않을 법하지만, 시대적인 배경을 초월해 작품에 녹여낸 덕에 이질적이지 않다. 이게 바로 이지나 연출이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욕심이 그대로 녹아있는 대목이자,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뮤지컬 ‘팬레터’
창작 초연 뮤지컬 ‘팬레터’는 쇼케이스 예매 1분 만에 700석 전석이 매진돼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떠오르는 신예들과 다양한 작품으로 탄탄한 실력을 쌓아온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대를 더한다. 

또 소설가 이상과 김유정, 그리고 경성시대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에서 모티브를 얻어 모던한 시대적 분위기를 살렸다. 여기에 예술가들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독특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1930년대 경성의 신문사와 작업실을 배경으로, 문인들의 사랑과 열정을 그려 흥미를 더한다.

구인회 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팬레터' <사진=벨라뮤즈>

김태형 연출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역사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100% 고증과 재현이 목표가 아니었다. 작품에서 실제 문인들의 작품과 시 등 문장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 극에 등장하는 시가 어떤 시인, 어떤 작가가 쓴 것인지, 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뮤지컬과 연극에도 팩션 열풍은 계속 불 전망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새로운 초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관객에게는 또 다른 재미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작가나 연출가의 시각과 상상력으로 여러가지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팩션 사극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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