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그룹 계열사 '후광효과'도 인정 않는 분위기로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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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A+등급인 대림산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에 성공하자 다른 건설사들도 들썩이고 있다. 사실상 막혔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의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심리가 커진 것.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아직 건설사에게는 문호를 활짝 열지 않았다는 게 회사채 시장의 평가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지난달 28일 실시한 3년 만기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3740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제시된 공모희망 금리밴드는 해당만기 개별민평 -0.10~0.10%p 였다. 대림산업은 개별민평 금리(2.988%)도 수용하는 투자자금 수준인 2000억원을 추가해 발행하기로 했다.
대림산업 회사채는 지난 8월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림산업이 성공하면 그동안 외면받아온 건설사에게 문이 열릴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난 9월 차환 발행을 하지 못한 대우건설(A0)이나 롯데건설(A0)은 물론이고 GS건설(A0)이나 포스코건설(A+)도 대림산업의 성공을 계기로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이미 한 차례씩 발행한 삼성물산(AA+등급)과 현대건설(AA-등급)도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오는 17일에 2500억원 어치 , 현대건설은 11일에 1100억원 어치의 회사채가 각각 만기 도래한다.
하지만 발행시장 전문가는 AA등급인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 A등급 대림산업까지만 시장이 수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양극화된 회사채 시장은 여전하다는 것.
전문가는 대림산업 회사채가 성공한 두가지 이유를 꼽았다. 우선 대림산업이 더 이상 건설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림산업의 올해 상반기까지의 개별 영업이익 총 1776억원 가운데 석유화학부문이 1119억원으로 63%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45%(연간38%)였던 유화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 유화부문의 실적개선이 대림산업의 건설부문 리스크를 상당부분 흡수한 것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유화사업부문의 지난해 1615억원의 영업이익과 1840억원의 지분평가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2분기 누적도 각각 1119억원과 1355억원을 기록했다"며 "유화사업부문과 관련 자회사 실적호조는 대림산업 영업이익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높은 발행금리도 성공한 이유다. 현재 대림산업의 개별민평은 2.998% 내외로 A+등급 민평평균(2.33%)은 물론 A0(2.57%), A-(2.93%)보다 높은 수준이다.
회사채 시장에선 그동안 대그룹 계열사들이 누려오던 '그룹 후광효과'도 점차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29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현대로템이 대표적이다. 현대로템(A0)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임에도 1000억원 어치 수요예측에서 400억원 미달을 기록했다. 2년 만기 회사채 발행금리도 2년만기 개별민평 +20bp로 2.730% 수준이었다.
지난달 30일 500억원 회사채가 만기도래한 SK그룹 계열사 SK건설(A-)도 차환발행을 포기하고 현금으로 상환하고 말았다.
발행시장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플랜텍, KT ENS 사례 등으로 볼 때 그룹 후광효과가 거의 사라지고 있어 GS건설 등 그룹계열사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영업이익의 과반이 유화부문에서 나오는 대림산업은 더 이상 건설사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사를 비롯한 A등급 이하 기업에 냉랭한 시장 분위기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