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대체선박 적재용량 못채워...화주들 우려 과장 지적
"운임 높거나 항공으로 갈 수 있어 '화물없다' 단정 어렵다" 의견도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 우려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수출 화물 처리를 위해 대체선박이 투입되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화물이 없어 투입된 배들이 적재용량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떠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사태 수습을 위해 긴급 투입된 선박들이 선적물량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오는 15일 출항 예정으로 긴급 투입된 4000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선적물량이 현재 적재용량의 60% 수준"이라며 "앞으로 3~4일 남았지만, 그간의 사례로 봤을 때 소폭 오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최종 60~70%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핌 DB> |
앞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지난 9일 1항차로 투입한 3800TEU급 선박도 적재용량의 95%인 3600TEU 정도의 화물을 싣고 출항했다. 원래 8일 출항 예정이었으나, 그나마 하루 더 기다려 95% 수준까지 채웠다.
무엇보다 애초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3000~4000TEU급의 중소 컨테이너선을 투입키로 한 것인데, 그마저도 다 못 채우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대체선박)투입 전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화주들과 회의도 거친 결과, 그 정도 크기의 선박이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미 나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가 문제지 앞으로 나가야 될 물량 문제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21일 3항차에 이어 4항차까지 긴급 선박 투입 계획을 세워 놨는데, 그 이후엔 추석 지나고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화주들의 걱정이 다소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또는 운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액션일 수 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그런 영향도 없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라며 "외국 선사들도 선박을 투입할 거고, 그렇게 급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한진해운의 미주항로 3개에 머스크와 MSC 선박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와 MSC는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 1위 얼라이언스인 2M의 선사다.
아울러 해운업계는 운임 상승 우려 역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9일 발표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781.21달러를 기록, 전주 대비 2.4% 상승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9~10월이 성수기라 대개 8월보다 운임이 높고, 올 8월은 특히나 평년에 비해 운임이 쌌다"며 "게다가 운임 추이를 보면 대개 월초에 높았다고 월말로 갈수록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했다.
이와 관련, 화주 협의체를 운영 중인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선적 대기 물량 등에 관한 통계는 갖고 있지 않다"며 "(배가)남아돈다는 것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거나, 선박 아닌 항공으로도 갈 수 있다거나 주문이 취소가 됐다거나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