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기업도 개인도 사드 결정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 하는 모습이다.
12일 아침 중국 자본시장 관련 조찬 세미나에서 만난 지인들은 예상되는 중국의 제재로 우리 경제가 입을 피해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심지어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자영업자는 비자 연장 문제를 걱정하기도 했다. 증시에서는 중국 모멘텀이 약화하면서 비상하던 중국 테마주들이 하루아침에 시장의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한껏 격앙된 모습으로 강력한 제재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 응분의 대가를 각오해야할 것'이라고 누차 경고해왔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이 보이고 있는 반발과 보복 경고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사드 배치 결정과 같은 문제는 한 국가의 군사 안보와 관련된 고유한 주권적 정치 행위에 속한다. 이웃나라가 반대한다고 해서 그만두고, 허용한다고 해서 배치하고 할 그런 사안이 아니다. 오로지 우리의 주권적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할 문제다.
하지만 정부는 결정에 앞서 훨씬 지혜로운 해법을 고민하고 사전에 충분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얻어야 했다. 이런 과정이 엉성했기에 국론은 찬성과 반대로 갈려 서로를 비애국자라고 헐뜯으며 극단적으로 반목하고 있다. 5000만명이 똘똘 뭉쳐 맞서도 버거운 판에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례로 볼 때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힘든 대가를 강요할 게 분명하다. 우리는 이번 보다 사안이 훨씬 경미한 마늘 분쟁 때도 금방 중국에 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중국은 또한 베이징 올림픽 당시 티베트 문제를 걸고 넘어졌던 프랑스를 까르푸 제재를 통해 제압한 바 있고, 일본과의 조어도(센가쿠 열도) 분쟁 당시에도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백기를 들게한 적이 있다.
중국이 강하기 때문에 무조건 양보하거나 알아서 무릎을 끓어야한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군사적 조치든 외교 문제든 무릇 국민과 국가의 안위가 걸린 중대 문제를 결정하는 데에는 전략적 고려가 중요한 법이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리와 상대방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명분이 동시에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는 커녕 상당수 우리 국민조차 설득하지 못 하는 상황이라면 그 결정의 동기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문제는 달라진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는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의 구도로 굳어져 가고 있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국, 즉 G2 두 나라와 두루 잘 지내야 하는 우리로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기류가 한반도 상공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안보와 경제 문제 두 가지 국가이익의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둘다 조금도 소원해져서는 안되는 나라다. 진정 대한민국을 생각한다면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중국을 적대시해서도 안되고, 중국과 가까워지기 위해 억지로 미국에 등 돌릴 이유도 없다. 그 어떤 훌륭한 정치 행위일지라도 국민과 국가 이익이라는 신성한 가치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