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SM6를 경쟁 모델로 지목…임팔라 수준의 흥행 ‘기대’
[뉴스핌=김기락 기자] 신형 말리부 출시를 앞두고 한국지엠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형 말리부와 경쟁할 르노삼성자동차의 SM6가 국내 소비자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5일 한국지엠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내달 신형 말리부를 출시하기로 하고, 상품 구성 및 마케팅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신형 말리부가 한국지엠의 올해 최대 기대작인 만큼, 사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말리부는 한국지엠이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고 처음으로 선보인 중형급 볼륨 모델로, 지난 2011년 국내 첫 출시 후 지난해까지 총 6만3083대 판매됐다.
신형 말리부(미국 사양)는 기존 모델 대비 차체가 커지고, 1.5 및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게 특징이다. 가솔린 외에도 1.8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지만, 국내에는 우선 1.5 및 2.0 가솔린 터보 모델만 출시하기로 확정했다.
특히 한국지엠 내부적으로는 신형 말리부가 준대형차인 임팔라 정도의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형 말리부의 디자인이 임팔라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임팔라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에서 수입하는 모델로, 1만 여대 계약고를 올린 바 있다.
쉐보레 신형 말리부<사진=www.chevrolet.com> |
신형 말리부는 이 같은 상품성을 갖췄음에도 불구, 한국지엠이 신형 말리부에 고심하는 이유는 SM6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가장 크다는 게 중론이다.
단적으로 SM6는 2월 출시 후 지난 한달 동안만 6700여대 팔려나갔다. SM6 ‘한방’으로 지난달 르노삼성차의 실적은 내수 1만대 돌파에 성공했다. 2010년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SM6 계약대수는 총 2만여대로, 올해 판매 목표인 5만대를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르노삼성차가 SM6 출시 초기부터 수입차 소비자를 정조준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의 신임 제임스 김 사장이 올해 두자릿수 성장을 공언한 만큼, 신형 말리부 성패가 한국지엠에서 김 사장의 첫 경영 능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회사 안팍의 분위기도 긴장도를 더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신형 말리부의 경쟁 차종을 사실상 SM6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SM6가 기존 중형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만큼, SM6를 잡으면 중형차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이다.
신형 말리부 실내 모습<사진=www.chevrolet.com> |
한국지엠 관계자는 “SM6가 중형차 이상의 상급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한국지엠도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등) 기존 중형차 선택에 갖혀 있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란 측면에서 르노삼성차의 전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SM6가 국내 중형차 시장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학습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저희는 시장의 변화를 이용할 수 있는 큰 계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신형 말리부가 SM6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M6가 판매량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지엠 등 업체가 SM6 판매량 감소 때 적극적인 신차 투입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