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불구 최저가 지키는 치킨게임 양상
[뉴스핌=강필성 기자] “이마트가 얼마에 팔건, 대응할 계획이 없습니다.”
지난 18일 이마트의 ‘기저귀 최저가’ 선언 직후 쿠팡 측에서 나온 말이다. 이마트와 가격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이같은 입장은 일주일도 안 돼 뒤집어졌다. 쿠팡이 이마트보다 가격을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그 가격이 공급가 이하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두 업체는 가격 경쟁을 본격화한 두 주간 프로모션 비용으로만 수억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마트와 쿠팡에서 판매하는 하기스 매직팬티 기저귀의 판매금액은 유한킴벌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절반에 가깝다.
지난달 18일 이마트가 하기스 매직팬티 기저귀의 장당 가격을 310원으로 낮추자 쿠팡은 313원에서 310원으로 낮췄다. 여기에 대응해 이마트가 가격을 307원까지 내리고 쿠팡은 다시 305원까지 낮추며 양측의 최저가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 해당 제품의 정가는 장당 614원이다.
이정도 최저가는 다른 유통채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역마진 상황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제품 가격의 약 5% 가량이 손실로 누적되고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2주간 두 유통업계가 수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다.
유통업계에서는 “누군가 먼저 나가떨어지느냐는 치킨게임의 양상”이라며 “서로 손해를 보고 있지만 ‘최저가’라는 이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섣불리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최저가 선언’은 이런 효과를 내다봤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와 소셜커머스 1위인 쿠팡은 같은 1위라고 해도 규모 차이가 적지 않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038억원에 달한다. 비록 전년 대비 13.6% 줄었지만 창사 이후 단 한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쿠팡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쿠팡은 이미 수천억원의 누적적자를 보는 상황에 지난해에만 약 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체력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이마트가 쿠팡의 숨통을 끊기 위해 뛰어들었다는 소문도 적지 않다. 쿠팡은 지난해 대대적으로 발행하던 현금쿠폰을 올해 들어 발행하지 않아 수익성 조정에 들어갔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상황이었다.
현재까지 양측은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까지 가격을 인상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고 이마트 측도 “기간을 정하지 않는 상시 할인이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들 제품의 최저가 경쟁이 장기화되는 것이 소비자에게 꼭 호재만은 아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해 다른 육아용품의 가격이 인상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기저귀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제품의 가격이 조정되리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형마트간 경쟁에서는 역마진 제품을 내놓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이익이 된다는 구조에서 경쟁을 벌여왔다”며 “하지만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의 가격 경쟁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어떻게 진행될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