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평균치 반토막 수준, V자 반등 기대 어려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 바닥을 선언하는 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각) JP모간에 따르면 MSCI 이머징마켓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10년 평균 이익을 기준으로 12.8배까지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지난 2010년 이후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은 2.1%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선진국 증시가 같은 기간 69.1%의 수익률을 올린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미국 S&P500 지수는 과거 10년 평균 이익을 기준으로 23.4배에 거래, 장기 평균치인 23.6배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MSCI 유럽 지수의 밸류에이션은 15.1배로 역사적 평균치인 20.6에서 상당폭 떨어졌다.
이머징마켓의 상대적인 저평가가 두드러지지만 금융업계 애널리스트 사이에 주가 바닥을 점치거나 저가 매수를 권고하는 목소리를 듣기는 힘들다.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의 조지 이와니키 이머징마켓 매크로 전략가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이머징마켓은 전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상태”라며 “다만 러시아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알렉스 울프 신흥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마켓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 기간 약세 흐름을 지속했다”며 “상대적인 저평가 폭이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하락을 근거로 이머징마켓의 V자 반등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과거 10년에 비해 앞으로 10년간 이머징마켓 기업의 이익이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한 결과라는 얘기다.
과거 이머징마켓 기업의 이익이 중국의 고성장과 상품 가격 상승, 글로벌 무역 증가에 힘입어 호조를 보인 반면 수익성의 축이 일제히 꺾인 만큼 주가 밸류에이션이 강한 상승 반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울프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과거 이머징마켓이 저평가됐을 때 이후 12개월 사이 두 자릿수에 이르는 수익률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었지만 이 같은 반전을 겨냥해 베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다른 기준으로 동원하더라도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은 크게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순자산비율이 1.43배로, 장기 평균치인 1.8배를 크게 밑도는 실정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도미니크 로시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 상품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등 이머징마켓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바닥권으로 떨어진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의 매수를 기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지역별로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와니키 전략가는 홍콩과 대만,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