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말 보유액 7954억 '반짝증가'..회사채 상환, 운영자금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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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황세준 기자] 3조원대의 부실을 발표한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 1조원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마련했다. 회사채 상환자금과 운전자본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금액 등을 앞당겨 천문학적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3분기에도 자산 및 해외법인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조선업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6월말현재 7954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중이다. 이는 현대중공업(6902억원)보다 15.2%, 삼성중공업(7483억)보다 6.3% 많은 수준이다. 1분기말 239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개월만에 무려 7715억원 증가한 것.
단기간에 7000억원대 현금을 마련한 것은 영업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1분기 보고서에는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흐름이 -5955억원이었으나 반기보고서에서는 4961억원으로 전환했다. 즉 2분기(4월~6월)중 1조916억원의 플러스 현금흐름이 창출된 것이다. 2011년 3분기 -303억원의 영업현금흐름 이후 올해 1분기까지 3년넘게 마이너스를 이어간 것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한 개선이라고 할수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재점검해 미청구공사 규모를 줄였고 송가 프로젝트(노르웨이 송가오프쇼어가 발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인도로 3000억원 등을 받아 현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조중인 드릴십(시추선) 1기의 인도대금을 발주처로부터 2개월 먼저 당겨 조달해(인도대금 사전 유동화) 현금 흐름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는 공사 대금의 50% 이상을 인도 시점에 지급하는 ‘헤비 테일’ 계약으로 진행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발주처 및 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것.
발주처가 금융기관에 인도대금 지급을 보증하고 대우조선이 금융기관으로부터 현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선박 인도대금을 이처럼 사전에 유동화 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발주처뿐만 아니라 은행과도 협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으로, 업계 전체적으로 드문 사례다.
회사측은 이번에 도움을 준 발주처를 밝히지 않았으나 조선업계는 세계 최대 드릴링 업체인 미국 트랜스오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트랜스오션은 2012년 9월 7억5000만달러 규모 드릴십 1척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바 있다. 해당 선박은 8월 말 인도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이처럼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매 분기 종업원 급여로만 4000억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고 채무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올해 3분기 회사채 2000억원, 기업어음증권 4900억원이 만기도래한다. 지난 7월 23일에도 만기도래한 2000억원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아울러 대우조선은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에도 현금이 필요하다. 부장급 이상 1300명 중 구조조정 대상을 추리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며 9월 중 규모와 방법 등이 확정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추가 유동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즉 인력구조조정, 고효율 저비용 구조마련, 자회사 구조조정, 비핵심 자산 100% 매각 등 자체적인 재무개선 노력을 통해 유동성을 조달하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대우조선은 오는 25일 자회사 FLC 매각 입찰을 진행한다. FLC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공공 골프장인 써닝포인트CC와 연수원(퓨쳐리더스클럽) 등을 보유한 회사로 장부가는 821억원이다.
대우조선은 또 서울 본사 사옥을 매각키로 했다. 본사 사옥은 연면적 2만4854.29㎡(약 7518평)로 지하 5층~지상 17층 규모고 매각가치는 17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아울러 조선해양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회사들에 대해서도 재무실사 후 매각 가능성이 높은 자산부터 파는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금융권의 지원이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지 지켜보는 입장이며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전 유동화 등 다각도의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