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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채권단 "1조218억원에 팔겠다"...박삼구 '당혹'(종합)

기사입력 : 2015년07월23일 18:31

최종수정 : 2015년07월23일 18:51

미래에셋 강경입장에 매각가 높아져…8월 협상 거쳐 9월 최종 통보

[뉴스핌=정경환 윤지혜 기자] 금호산업 채권단이 매각가로 1조218억원으로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측에 제시했다. 채권단 중 최대의결권을 가진 미래에셋의 입장이 반영돼 시장과 재계의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금호아시아나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날 우선매수청구권(50%+1주)을 가진 박삼구 회장에게 1조218억원(주당 5만9000원)을 행사가격으로 통보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으로부터 통지받았다"고 인정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채권단이 내놓은 협상가는 시장과 재계의 예상을 상당히 웃도는 수준이다. 이날 종가 기준 금호산업 주식종가(1만8500원)의 3배가 넘는 가격이다.

앞서 지난 15일 삼일과 안진 두 회계법인은 금호산업 정밀실사를 통해 주당 3만1000원을 '스탠드얼론밸류(독립기업가치)'로 제시한 바 있다. 협상가는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약 5000억원을 더한 가격이다.

실사 가격을 바탕으로 채권단은 지난 15일과 16일 각각 금호산업 매각가 산정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의견 차가 커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결국 더 이상 채권단 차원의 논의 없이 미래에셋과 KDB산업은행 협의로 이날 매각가를 결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 이상 채권단 회의는 없다"며 "오늘 결정이 끝"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측이 예상보다 높은 협상가를 제시한 데는 최대 단일주주인 미래에셋(의결권 14.7%)이 보여온 강경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 측은 "운용사로서 투자원금 이하로 팔 수는 없기 때문에 실사가격에 최소 50%의 프리미엄이 붙은 9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들고 나오면서,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다소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해서는 금호산업을 반드시 가져와야 하는 박 회장으로선 예상보다 커진 자금 부담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도와주는 이들이 많다며 금호산업 인수에 자신감을 보여온 박 회장은 지난 17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계열사 임원 156명이 참석한 '2015년 하반기 임원 전략경영세미나'에서 "채권단과 잘 협의해 금호산업 인수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며 다시금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15일 제시된 실사 가격에 대해서도 박 회장 측은 "2만원 수준의 현 주가를 고려하면, 주당 3만1000원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로선 더 말 할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은 앞으로 한 달 동안 1조218억원의 매각가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조율 결과 가격이 변동될 경우에는 채권단 운영위원회 등을 개최해 결정한다.

통보된 가격으로 한 달여 협상을 벌인 후 박삼구 회장은 8월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때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을 박 회장이 받아들이면 금호산업은 박 회장의 품에 돌아간다. 

만약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 제시 가격을 거부하면, 채권단은 9월부터 6개월간 제3자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효력을 상실하며, 채권단이 6개월 안에 매각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 효력이 부활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채권단 입장에선, 일단 높게 부르고 차츰 맞춰 가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윤지혜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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