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도 진행 중..자진신고 후 자진사퇴 종용설도
‘기관투자자 자금으로 증권사 손실을 보전해 약 113억원의 손실을 끼친 펀드매니저 2명과 이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증권사 임직원 6명 기소.’
‘수년간 거액의 여행경비를 수수해 공짜 여행을 다녀온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 등 총 103명의 펀드매니저와 이들의 여행경비를 대납해 온 증권사 임직원 총 45명 적발, 그 중 펀드매니저 10명, 증권사 임직원 10명에 대해 기소하고, 나머지 99명은 금융감독원에 통보.’
[뉴스핌=김남현 기자] 지난달 16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세계 5위 규모의 국내 채권시장에 감춰진 불법 채권거래와 검은 공생관계를 최초로 단속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향후 관계기관과 협력해 채권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과 함께 채권시장을 비롯한 주식시장 등 펀드매니저들의 관행적 비리에 대한 업계 자정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자료제공 = 서울남부지방검찰청> |
그래서일까. 검찰 기소 한 달이 지난 지금(16일) 채권시장은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에 대한 근절에 공감하면서도 억울하다는 반응이 많다. 한 증권사의 중견 채권매니저는 “친한 동료 한 명이 이번에 기소됐다. 업무를 하다 보면 친해지게 되고 또 주말에 골프 한 번 치자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라며 “참고인으로 불려가 변호인도 대동하지 못하고 준비 없이 출석했다고 하더라. 당시 조사 후 회사에 통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검찰도 그럴 필요 없다 해놓고 이렇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주범들은 오히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출석해 벌금도 적게 맞은 것 같다. 채권파킹 등 본질적 수사에 성과가 없자 검찰이 화살을 돌려 실적 올리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도 “아무래도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인데 전체처럼 몰아가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난주 공판 시작..금감원 검사도 진행 중, 8~9월 중 조치
법원 공판도 지난주부터 시작됐다. 첫 공판이라 간단한 사실관계 정도만 확인하는 차원이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저런 풍문이 돌며 그러잖아도 흉흉한 채권시장이 숨죽이는 모습이다.
풍문의 내용인즉슨 '과거 A 화재에 근무했다가 B 증권사로 이직 후 캐나다로 이민 가면서 공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던 C 씨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더라, 이번에 주범으로 걸린 투신사 매니저 D 씨의 경우 통장에 16억원인가 20억원인가 받은 내역은 있는데 막상 돈을 준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라는 내용 등이다.
금감원 검사도 진행 중이다. 다음 주까지 서면검사를 진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필요하면 현장검사를 할 계획이다. 검사 결과 재산상 부당한 편익을 받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가 밝혀질 경우 주의, 견책, 감봉, 정직, 면직 등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황성윤 금감원 검사기획팀 부국장은 “통보받은 회사를 중심으로 서면검사를 진행 중이다.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필요하면 현장검사도 나갈 예정”이라며 “다른 조치와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정조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내부 행정절차도 있어 8~9월은 돼야 조치결과가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검찰 기소와 금감원 검사에 따라 채권시장 분위기는 흉흉하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매니저는 “누가 권고사직을 당했다느니 별의별 소문이 많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의 채권매니저도 “자진신고 후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식으로 조용하게 (채권시장에서) 퇴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