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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연평해전’ 진구 “우리 모두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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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대한민국과 터키의 월드컵 3, 4위전이 열리던 지난 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 서해 연평도에서 북한의 등산곶 684호가 대한민국 참수리 357호 고속정을 기습 공격하면서 해상전투가 발발했다. 기습 함포 공격을 시작으로 북한 경비정은 모든 포문을 열어 참수리 357호를 정조준했다.

조타실에 있던 한상국 하사에게도 무수한 총탄이 날아왔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까지 키를 움켜잡았다. 차가운 시신이 된 후에도 침몰한 참수리 357호 고속정 조타실을 쓸쓸하게 지켰다. “상국아, 네 일 다 했다. 이제 집에 가자”는 동료의 말에 그제야 손에 힘을 풀던 사람. 이틀 후면 꿈에 그리던 중사 계급장을 달았을 한상국 하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내의 임신 소식도 듣지 못한 채, 거짓말처럼 사랑하는 이들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13년이 흐른 지금, 한상국 하사가 스크린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목숨을 걸고 서해를 지켜낸 27명 용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연평해전’이 오는 24일 개봉하는 것. 알려진 대로 영화는 13년 전 벌어진 제2연평해전 상황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매번 묵직한 연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 진구(35)가 ‘진짜 바다 사나이’ 한상국 하사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기본적인 메시지가 잘 전달돼 다행이에요. 아무래도 실화라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무엇보다도 한상국 하사 부모님이나 전우들이 영화를 보고 ‘저 사람 내 자식이랑은 조금 다르지만 되게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하죠. 그렇게 연기도 했고요. 안 그래도 실제 한상국 하사 아내가 포스터 속 제 얼굴을 만지면서 ‘여보, 나 왔어’라고 하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사실 제2연평해전은 진구에게 그리 먼 일이 아니다. 당시 진구는 제대한 지 6일을 갓 넘긴 상황. 게다가 몸담고 있었던 곳도 해군 헌병대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터키 경기를 볼 때 ‘연평해전 발발’이라는 속보 자막을 본 것을 정확히 기억했다. 진구는 인터뷰 시작부터 몇 번이고 “죄송하다” “죄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솔직히 그때는 제 에너지와 감정의 99%가 터키전에 있었어요. 그러다 시나리오를 봤으니 죄책감이 컸죠. 촬영장에서는 더 했고요. 총알 한 발도 아플 텐데 네다섯 발 맞고도 키를 놓지 않았잖아요. 오히려 키를 놓칠까 구명조끼 끈으로 묶기까지 했죠. 고작 이십 대 중반의 청년이 말이에요. 그건 정말 어마어마한 사명감이고 그만큼 전우들과 가족을 사랑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것도 몰라주는 저 자신이 미안하고 죄스러웠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들이 비명을 지를 때 우리는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는 걸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간절히 바라죠.”

같은 이유로 그는 촬영 내내 감정적으로 꽤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장 분위기는 최대한 살리려고 애썼다. 물론 결혼 준비로 바쁘긴 했지만(진구는 지난해 9월 4세 연하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다), 최대한 배 안의 대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때로는 등대 아래서 낮잠도 잤고, 때로는 드넓은 바다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며 끈끈한 시간을 보냈다.

“분위기를 많이 띄우진 못했어요. 평소 저의 50% 정도였죠. 그래도 2~3일에 한 번씩 술자리를 만들려고 했어요. 긴장도 풀고 싶었고 워낙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후배들이 저를 안 어려워해야 연기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잖아요. 제가 전작들이 워낙 굵은 게 많아서 좀 어려웠나 봐요. 그래서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많이 해줬죠. 저 사실 귀여울 때가 훨씬 더 많거든요. 이현우보다 애교도 훨씬 많았어요(웃음).”

그의 촬영장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상국 하사와 닮은 점이 참 많아 보였다. 특히 병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어울리기 좋아하는 게 그랬다. 실제 지인 50여 명이 활동하는 농구단 ‘와일즈’의 구단주인 진구는 그 속에서 한상국 하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총각 땐 일주일에 하루는 농구 후 단체 모임, 나머지 6일은 그 안에서 개별 모임을 했어요. 후배들 고민도 들어주면서 일주일 내내 농구단 애들이랑 있었죠. 저희 매니저부터 동창, 또 저랑 전혀 상관없는 남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가족이 된 거예요. 물론 결혼하고 좀 줄었지만, 여전히 일 년에 두 번씩 MT도 가고 2~3일 정도는 따로 만나죠. 아내가 싫어하지 않냐고요? 처음엔 질투했는데 워낙 오랜 시간을 봐온 친구들이라(웃음).”

아내 이야기가 나온 김에 곧 태어날 아들에 관한 질문도 곁들었다. ‘연평해전’을 촬영하면서 유부남 대열에 합류한 그는 촬영 도중 어엿한 예비 아빠도 됐다. 출산 예정일은 오는 27일. 영화 이야기에 줄곧 진지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말을 이어가던 진구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미소가 번졌다. 곧 아들을 품에 안아볼 예비 아빠의 설렘과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당연히 좋죠. 근데 아직 태어나지 않아서 그런지 만삭인 아내를 봐도 실감이 잘 안나더라고요. 아마 아이를 안아보면 울컥할 듯해요. 한편으로 걱정도 되고요. 제가 아이나 여자를 조심스레 다루는 법을 잘 몰라요. 최대한 TV에서 다정다감한 남자 나오면 흉내 내려고는 하는데 저희 부모님이 마초 스타일이라(웃음) 그걸 보고 자랐거든요. 어쨌든 지금은 빨리 아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빠가 된 진구는 올여름도 부지런히 달릴 예정이다. ‘연평해전’ 홍보 활동을 마치면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에 들어가는 것. 사실 ‘연평해전’ 촬영 후에도 ‘쎄시봉’ 프로모션 활동에 JTBC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 특별 출연까지, 꽤 바쁘게 보냈다.

“나름 틈틈이 쉬어요. 사실 영화 프로모션은 뭐 일도 아니죠. 얼마든지 즐겁게 할 수 있잖아요. 특별 출연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따지면 ‘연평해전’ 찍고 한 5개월 휴식했어요. 충분히 쉰 거죠. 신혼여행을 못가서 아내와 태교여행으로 하와이도 갔다 오고 양가 부모님들과 여행도 했어요. 그러니 또 이제 열심히 일해야죠(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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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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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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