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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무뢰한’ 김남길 “한땐 저도 비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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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스크린 속 김남길(34)은 멋있다. 담배 연기를 내뿜을 때도 “나랑 같이 살면 안될까”라며 느끼한(?) 대사를 할 때도 그냥 멋있다. 훤칠한 키와 또렷한 이목구비만으로도 여심을 흔들기 충분하건만, 이번엔 특유의 분위기까지 그를 휘감고 있다. 

하지만 이건 진짜 김남길이 아니다. 프레임 밖으로 나온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 시쳇말로 비글미(산만하며 심한 장난을 잘 치는 사람이 풍기는 아름다움을 일컫는 신조어)가 넘친다.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고 돌아왔으니 이제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겠거니 했는데 예상은 또 빗나갔다. “좋았고 새로웠다”는 인터뷰용(?) 멘트를 마친 김남길은 언제나처럼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칸에서 챙겨온 ID카드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나 함께 머물렀던 전도연의 성대모사 같은.

김남길이 신작 ‘무뢰한’(제작 ㈜사나이픽처스, 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을 선보인다. 진심을 숨긴 형사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 작품이다. 27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는 지난 13일 개막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해외 영화 관계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영화인의 축제잖아요. 거기에 제 작품을 가지고 가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았죠. 저는 외국에서 하는 부산국제영화제쯤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웃음), 부산국제영화제가 거기서 포맷을 가져온 ‘아시아의 칸’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축하 인사도 정말 많이 받았는데 뭐 잘 모르니까 실감도 안 났죠.”

영화 ‘무뢰한’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전도연(왼쪽)과 김남길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칸국제영화제가 아니라도 이번 작품은 김남길에게 굉장히 특별하다. 이정재의 하차 기사를 우연히 접한 뒤 ‘무뢰한’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직접 시나리오를 찾아서 읽었다. 출연 역시 자청했다. 게다가 전작 ‘해적:바다로 간 산적’ 인터뷰 때부터 여러 차례 말했듯 처음으로 힘을 빼고 연기한,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그래서 더 떨렸죠. 예전에는 감정을 공유하거나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표현하는 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힘을 뺐으니까요. 촬영하면서 모니터할 때도 나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죠. 스스로가 낯설었어요. 힘을 뺀 첫 영화라 저도 기대치가 있었고 신선하겠다 싶었죠. 근데 칸에서 보니까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조금 더 담백하게 표현할 걸 그랬나 싶었죠. 그래서 전환점은 다음 작품으로 할게요. 인터뷰를 다 다시 해야겠어(웃음).”

장난스레 질문을 웃어넘겼지만, 그에게 이번 작품이 얼마나 특별한지는 충분히 느껴졌다. 그리고 이는 그가 열연한 정재곤 캐릭터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정재곤에 대한 설명을 좀 곁들여보자.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정의와 불의를 가리지 않는 비정한 형사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가리는 것도 피하는 것도 참 많은 남자다.

“아마 그런 정재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30대 중반에서 40대 넘어가는 남성일 거예요. 사실 남자들이 정재곤처럼 상황적인 것 때문에 도망가는 일이 많아요. 내가 너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힘드니까 책임을 회피하는 거죠. 그때 여자들은 그러죠. 상황이 아니라 네가 잘못한 거라고(웃음). 아무튼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비겁한 경험과 감정을 느껴봤을 거예요. 저 역시 과거도 많이 생각했고요.”

자신의 과거를 많이 돌아봤다는 말에 실제로도 상황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떠내 보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큰 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한 김남길은 “인정할 건 또 빨리 인정해야 한다”며 호방하게 웃었다.

“사실 그때는 제가 나쁜 놈인지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정재곤을 연기하면서 ‘나도 이랬던 적이 있으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좀 성숙해져야겠다는 걸 배워갔죠. 물론 이런 작품을 할 때마다 사랑관이 조금씩 바뀌긴 해요. 그렇다고 뭐 정재곤만큼 연애할 때 투박하진 않아요. 상황적인 것들, 예를 들면 기념일 같은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표현은 굉장히 적극적이죠(웃음).”

정재곤과 김남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또 있다. 바로 비극적인 정재곤의 삶과 달리 화창하디 화창한 그의 하루하루. 실제 김남길은 요즘 남 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전작 ‘해적:바다로 간 산적’은 86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의 필모그래피를 빛냈다. 게다가 이번 ‘무뢰한’ 역시 개봉 전부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살다 보면 좋은 일과 안좋은 일이 같이 오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좋은 일이 있을 때 크게 기뻐하지 못해요. 안좋은 일이 행여 바로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죠. 만약 안좋은 일이 오면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니까요. 근데 그런 거에 고민하다 보니까 제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죠. 솔직하게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해야 연기에 도움이 될 텐데. 그렇죠? 저에겐 좀 엄격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혼자 기뻐해요. 방에서 곱씹으면서 스스로 칭찬하죠. 잘했어!(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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