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적 사고로 AIIB 접근…우방국도 등돌려
[뉴스핌=배효진 기자] 미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어설픈 전략으로 접근한 나머지 대중 관계만 불필요하게 냉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양해각서 체결식 <출처=블룸버그통신> |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각) '미국의 어설픈 AIIB 전략(America's flawed strategy toward AIIB)'이라는 사설에서 미국이 AIIB 창립에 냉전적 태도를 견지한 결과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AIIB의 불투명한 의사구조와 운영과정에 우려를 표했지만 중국이 거부권을 포기하는 바람에 우방국의 가입을 저지할 명분이 사라졌다.
아울러 주요 우방국인 영국의 AIIB 참여 선언을 계기로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우방국들이 AIIB에 들어간 반면 미국은 AIIB 가입으로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
FT는 중국이 달러화를 내세워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에서 패권을 행사하는 미국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AIIB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중국이 거부권을 포기한 데 이어 초대 행장으로 유력한 진리췬 AIIB 임시사무국 사무국장 역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지배구조 원칙을 수용하겠다는 포용적 입장을 내비친 까닭이다.
또 사무국 직원을 다국적 인사로 구성하고 관리감독 업무를 타국인에게 맡기는 등 진 국장의 초기 행보는 창립멤버들의 신뢰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분 문제와 관련해서는 역내·역외국 간 75%대 25% 비율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지분율은 2013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벤 스테일 미국 외교협회 국제경제이사와 디나 워커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확보 가능한 지분율은 43%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FT는 미국에 도움이 될 향후 AIIB 대응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선의 경우로는 미국이 전략적인 실수를 인정하고 창립 단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 동맹국 다수가 참여한 만큼 미국이 참여할 경우 AIIB 내에서 서방 국가의 발언권 강화는 물론 중국의 투표권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영국과 한국 등 57개 AIIB 창립회원국 대표들은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5차 회의를 열고 운영규정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국측 수석 대표인 스야오빈(史耀斌) 재정부 부부장은 최근 6월 말까지 이를 확정,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