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시가총액 오르며 적기 판단
<사진=김학선 기자> |
다만,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부재한 현 시점에서 이뤄지리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번 합병을 두고 최 회장의 결단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20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항소심에서 횡령 및 배임죄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표면적으로는 이렇다 할 경영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잇따라 물러난 것도 옥중 경영 참여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최 회장의 활동은 옥중 집필을 통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서적을 출판하는가 하면 옥중 서신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우리 모두가 한뜻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경영 외적 활동에 집중해왔다.
최 회장의 징역 만기는 2017년 1월로, 출소를 1년 반 이상 남겨 두고 있다. 다만, 가석방을 통해 출소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최 회장이 법상 지주회사인 SK와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SK C&C 합병이라는 결단을 전격적으로 내린 것은 주가 흐름상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두 회사가 합병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SK C&C 시가총액이 SK를 상회할 때다. 기업 가치에 따라 합병비율이 조정되기 때문에 SK C&C의 주가가 높을수록, SK의 주가가 낮을수록 최 회장의 합병 후 지배력이 강해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이번 SK C&C와 SK의 합병비율 1:0.74일 경우 최 회장의 합병법인 지분은 23.4%가 되지만 반대로 SK 시가총액이 더 높아 합병비율이 0.74:1이 될 경우에는 최 회장의 합병법인 지분은 20% 아래로 추락한다. SK그룹의 경영권마저 위험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실제 SK C&C가 지난 2009년 11월 상장한 첫날 시가총액은 1조7825억원에 불과했고 같은 기간 SK의 시가총액은 4조3675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5월 SK C&C가 시가총액 8조원에 접어들며 SK의 시가총액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 이후 SK의 시가총액이 7조~8조원을 오가는 사이 SK C&C의 시가총액은 급격하게 상승해 지난해 10월 22일 기준 13조2750억원까지 도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SK가 자사주를 사모으기 시작하면서 SK C&C 합병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적잖게 퍼졌다”며 “SK C&C의 시가총액이 SK를 크게 앞지른 상황에서 합병 시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기준 SK C&C의 시가총액은 11조1750억원, SK의 시가총액은 8조4531억원이다.
SK그룹에서는 어디까지나 이번 합병이 위기에 빠진 SK그룹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하락했고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그룹 전반의 위기감이 확산된 상태”라며 “최 회장이 그룹의 실적 악화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