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문화의 향기<12> 대량생산과 주문생산문화의 충돌
제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자원이 풍부한 미국은 기술혁신에도 박차를 가해나감으로서 그동안 세계사를 쥐락펴락하던 유럽을 제치고 세계경제의 패권을 장악할 수가 있었다. 미국은 자동화· 기계화를 통해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했고, 그 결과 제품의 가격인하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일반 대중들도 그동안 부유층들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값비싼 제품들을 비교적 용이하게 구매할 수가 있었다. 나아가 이러한 소비트렌드는 소위 대중문화를 탄생시키게 된다.
한편, 미국의 대량생산체제로 경쟁력을 잃게 된 유럽국가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제품의 고급화전략을 구사해 나갔다. 그리고 미국산제품 내지 대량생산품은 저급문화제품, 유럽산제품은 고급문화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나갔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게 된다. 부유층은 일반대중과의 차별화를 위해 자신만의 기호와 취향을 살릴 수 있는 고급제품에 탐닉하게 되었다. 그래서 주문생산체제와 고급명품문화가 탄생하게 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시계시장의 경우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 일본과 중국, 홍콩이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세계 시계물량공급 면에서는 이들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하이엔드(high-end) 고급제품은 수공업제품으로서 여전히 스위스가 세계시장의 90%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시계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대중용 시계는 단돈 몇 천원~ 몇 만원에 불과하지만, 명품시계는 수천만 원~ 수억 원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미국은 자동차왕국이란 칭호를 받을 만큼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대중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오고 있다. 그러나 고급자동차 시장에서는 유럽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독일의 벤츠, BMW, 아우디는 고급브랜드 세단이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독일과 이탈리아의 최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은 아직도 주문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식음료시장 또한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맥도널드와 켄터키치킨 등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기존의 유럽식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커다란 타격을 입고 수많은 고급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차츰 이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이들은 특별한 서비스와 고급이미지를 곁들여 시장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와인시장 또한 신대륙이 값싼 와인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와인의 대중화를 성공시키게 된다. 이에 기존의 유럽와인업계는 고급문화 이미지를 결합시키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컬트와인(Cult Wine)’이라고 해서 제품의 생산수량을 한정하고, 보다 고급화시킴으로써 고급와인마니아들의 소비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치즈시장에서도 유럽은 신대륙의 대량생산체제를 견제하고 있다. 유럽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자연치즈가 신대륙이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생산하는 값싼 가공치즈와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즉, 마치 유럽의 자연치즈인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는 상품명을 가공치즈에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예술 공연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미국은 대중적인 영화와 뮤지컬시장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클래식 연주회와 오페라공연은 유럽이 완전독점체제를 보이고 있다.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연구위원·단국대 경제과 겸임교수 ('아름다운 중년, 중년예찬' 저자)
제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자원이 풍부한 미국은 기술혁신에도 박차를 가해나감으로서 그동안 세계사를 쥐락펴락하던 유럽을 제치고 세계경제의 패권을 장악할 수가 있었다. 미국은 자동화· 기계화를 통해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했고, 그 결과 제품의 가격인하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일반 대중들도 그동안 부유층들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값비싼 제품들을 비교적 용이하게 구매할 수가 있었다. 나아가 이러한 소비트렌드는 소위 대중문화를 탄생시키게 된다.
한편, 미국의 대량생산체제로 경쟁력을 잃게 된 유럽국가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제품의 고급화전략을 구사해 나갔다. 그리고 미국산제품 내지 대량생산품은 저급문화제품, 유럽산제품은 고급문화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나갔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게 된다. 부유층은 일반대중과의 차별화를 위해 자신만의 기호와 취향을 살릴 수 있는 고급제품에 탐닉하게 되었다. 그래서 주문생산체제와 고급명품문화가 탄생하게 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시계시장의 경우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 일본과 중국, 홍콩이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세계 시계물량공급 면에서는 이들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하이엔드(high-end) 고급제품은 수공업제품으로서 여전히 스위스가 세계시장의 90%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시계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대중용 시계는 단돈 몇 천원~ 몇 만원에 불과하지만, 명품시계는 수천만 원~ 수억 원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미국은 자동차왕국이란 칭호를 받을 만큼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대중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오고 있다. 그러나 고급자동차 시장에서는 유럽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독일의 벤츠, BMW, 아우디는 고급브랜드 세단이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독일과 이탈리아의 최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은 아직도 주문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식음료시장 또한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맥도널드와 켄터키치킨 등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기존의 유럽식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커다란 타격을 입고 수많은 고급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차츰 이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이들은 특별한 서비스와 고급이미지를 곁들여 시장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와인시장 또한 신대륙이 값싼 와인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와인의 대중화를 성공시키게 된다. 이에 기존의 유럽와인업계는 고급문화 이미지를 결합시키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컬트와인(Cult Wine)’이라고 해서 제품의 생산수량을 한정하고, 보다 고급화시킴으로써 고급와인마니아들의 소비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치즈시장에서도 유럽은 신대륙의 대량생산체제를 견제하고 있다. 유럽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자연치즈가 신대륙이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생산하는 값싼 가공치즈와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즉, 마치 유럽의 자연치즈인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는 상품명을 가공치즈에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예술 공연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미국은 대중적인 영화와 뮤지컬시장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클래식 연주회와 오페라공연은 유럽이 완전독점체제를 보이고 있다.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연구위원·단국대 경제과 겸임교수 ('아름다운 중년, 중년예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