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5월내 마무리 의지 표명, PEF 자금력 등 변수 부상
[뉴스핌=이영기 기자] 현대증권 매각에서 일본계 사모펀드(PEF) '오릭스'와 국내 PEF '파인스트리트'간의 인수경쟁이 예상외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는 최종입찰 시점까지만 해도 '오릭스'의 절대우위를 점쳤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임박하자 글로벌 사모펀드를 투자자로 유치하는 등 '파인스트리트'의 인수 의지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통지하고 3월까지 주식양수도계약서(SPA)를 체결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홍기택 산은 회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주식매도계약 체결은 이르면 3월까지 완료하고, 5월내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또 "매각은 입찰 금액과 자금 조달 구조, 현대증권에 대한 향후 운용계획 및 경영적 측면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우선협상대상자 결정 기준을 강조했다.
이 같은 홍회장의 언급에 따라 IB업계에서는 입찰에 참가한 '오릭스'와 '파인스트리트'의 인수조건과 의지에 대한 다양한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일단 입찰에 참가한 양측은 인수지분 범위를 넓히면서 인수제안가를 1조원 이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와 '파인스트리트' 모두 현대그룹이 보유한 지분 22.43%와 동반 매도권을 가진 자베즈파트너스(9.54%)·프랑스 나티시스은행(7.47%) 등 총 36.71%의 지분을 1조원 이상에 사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인수경쟁에서는 '오릭스'가 우위에 있다는 것이 IB업계의 전반적 분위기였다.
우선 현대증권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데다 지난해 현대그룹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서 현대그룹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릭스는 KT렌탈의 본입찰에 불참함으로써 강력한 현대증권 인수의지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본입찰 이후 파인스트리트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파인스트리트는 현대증권 인수전을 위한 주요 투자자로 세계 5대 PEF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를 유치해 LOC(투자확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TPG 등 글로벌 굴지의 사모펀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투자자다.
이로써 파인스트리트는 자금조달 구조나 협상과정에서 현대측의 여러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여유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IB업계의 시각이다.
IB업계의 한 M&A전문가는 "현대그룹의 주채권단이자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도 유동성 확보가 우선인 만큼, 가격 수준 뿐만 아니라 대금지급의 형태와 스케줄 등도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달아오르고 있는 인수경쟁을 설명했다.
그는 "5월까지 마무리한다는 산은의 입장은 곧 그때까지 인수가격에 해당하는 인수대금을 지불하는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