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자 집권 후 디폴트될 경우 국제금융시장 충격 우려"
[뉴스핌=김성수 기자] 유럽 재정위기의 주역이었던 그리스가 조기 대통령 선거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재등장했다.
지난 5월 26일(현지시각) 그리스 유럽의회 선거서 승리한 시리자 [출처: AP/뉴시스] |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의 연내 구제금융 졸업이 무산되자 안도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조기 대선 실시를 발표한 여파다. 사마라스 총리는 의회에 대통령 선출 1차 투표를 오는 17일 실시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찰스 로버트슨 르네상스 캐피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리스 사태는 앞으로 6주간 국제금융시장에서 우크라이나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하며, 1차 투표에서 정원(300명)의 3분의 2 이상인 200표를 얻어야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부결되면 5일 뒤 2차 투표(1차와 마찬가지로 3분의 2 이상 득표시 당선) 를 실시하고, 2차 투표에서도 선출되지 못하면 3차 투표를 진행한다. 3차 투표에서는 정원의 5분의 3 이상인 180명이 찬성해야 당선된다. 그리스의 1·2·3차 대선투표는 각각 17일과 23일, 29일 예정돼 있다. 3차 투표에서도 선출되지 않으면 10일 내로 의회를 해산하고 일반적으로 4주 내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신민주당과 사회당으로 구성된 집권 연정은 155석을 차지하고 있어 45석을 더 확보해야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집권 연정이 최대 175표를 얻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 안팎에서는 조기대선시 대통령 당선에 가결에 필요한 연립여당의 의석수가 부족하며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떠나버린 민심이 대선 부결시 치러질 총선에서 현재 지지율 1위 정당인 시리자(급진좌파)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는 “결국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고 총선을 치러 시리자가 중심이 된 새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그리스 사태에서 시장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바로 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다. 시리자는 유로존 잔류를 선언하고 있지만, 시리자가 내세운 50% 부채 탕감 공약과 긴축조건 축소 등은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채권단 트로이카가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스가 국채 탕감 및 지급 연기를 선언할 경우 그리스 내 유럽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발생해 예금자들의 손실 분담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ECB가 내년 초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QE)를 시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현 상황에서 그리스가 국채 상환을 거부할 경우, ECB는 그리스의 국채를 매입 대상 자산으로 삼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즉 시리자 집권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고, 그 여파가 국제금융시장에까지 전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리자 집권시 그리스 국가 디폴트와 금융시장 붕괴도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 주변국과 프랑스에도 충격이 전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대선 결과에 대한 전망이 엇갈려 한동안 시장 상황이 불안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그리스가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것은 구제금융 협상에 따른 국내 정정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씨티증권은 "조기 총선 결과 시리자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시리자가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정국이 여전히 불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브뤼셀 소재 경제 싱크탱크 브루에젤(Bruegel)은 "투자자들은 시리자가 과거 그리스 좌파보다 더 급진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시리자가 집권할 경우 그리스 금융시장은 매우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바클레이스는 "그리스는 오는 2015~2016년까지 200억유로의 재정 적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결국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계속 받거나 유로안정화기구(ESM)에서 기금을 가져다 쓰는 '강화된 조건부 신용한도'(ECCL)를 개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