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입증가율 3.6%, 기금 빼면 2.3% 불과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의 재정적자가 33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고교무상교육'도 재정의 어려움으로 사실상 폐기돼 빈약한 세입 개선을 위해 '증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열고 총지출을 올해대비 20조원(5.7%) 증액한 376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발표했다.
전년보다 20조원이 증액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당초 계획(12조원) 대비 8조원 수준의 증액은 통상적인 추가경정예산 규모(5조~6조원)를 상회한다.
문제는 세금 수입을 당초 계획(6.2%)보다 크게 감소한 3.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정부 재정적자는 33조6000억원(GDP대비 -2.1%)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 다시 재정건전성이 우려되고 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년 예산안'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언석 예산실장, 방문규 2차관, 박춘섭 예산총괄심의관. |
정부는 재정이 일시적으로 악화되지만 단계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균형재정 시점을 2019년 이후로 미뤄 다음 정부로 책임을 미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재정전문가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내년 예산안의 핵심 포인트는 확장적 편성이 아니라 세입방치에 있다"며 "이 때문에 재정적자가 30조원대로 악화되고 고교무상교육 공약은 아예 폐기 수준을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내년 세입을 3.6%로 전망했지만 사회보험료, 스포츠토토 수익금 등 기금 수입을 뺀 국세만 보면 216조5000억원에서 내년 221조5000억원으로 불과 5조원(2.3%) 증가에 그친다.
아울러 정부가 제출한 국세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증세규모는 총 550억원에 불과하고 만일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재정은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재정악화 탓에 대선공약이었던 고교무상교육이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 무상교육 완성을 위해 올해부터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대금을 25%씩 지원키로 공약했으나 예산안에서는 빠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이 어려워 예산 배정을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복지단체들은 증세없는 재정정책을 반대하며 세입확대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를 철회하고 대신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누진성을 지닌 직접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일각에서는 재정지출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신을 감안해 복지로 사용처가 명시된 사회복지세 도입도 전향적으로 검토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오건호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설정한 '증세 없는' 재정정책으로 인해 세입정책이 사실상 봉쇄돼 있다"며 "빈약한 세입을 방치해놓고 세입 증가율 기준으로 지출 증가율이 높으니 확장적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