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농민 한목소리 "높은 관세율 받기 위해 준비 철저히 해야"
[뉴스핌=고종민 기자] 정부가 쌀 전면개방을 공식 선언했지만 논란의 불씨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10월부터 시작되는 시작되는 검증기간에 대한 준비 내용도 논란이기 때문이다.
정부 측과 농민 측을 대변하는 전문가들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여전히 쌀 관세화 문제의 해법을 접근하는 방식을 달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말 관세화 유예 종료…쌀 관세율 400%는 넘어야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쌀 관세화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 제1발제자로 나서 "쌀 관세화 유예는 2014년 말로 종료된다"며 "2015년 이후에는 쌀을 관세화 하든지 혹은 세계무역기구(WTO) 설립 협정의 의무면제(웨이버)를 신천하는 2가지 대안이 있다"고 발표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저율관세할당(TRQ)의 증량을 통한 의무면제는 모두 반대하는 만큼 관세화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관세화하는 경우의 수입증가 가능성 때문에 우려가 있지만 지금 상황은 2004년 협상때 보다 유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중국과 한국의 쌀 가격차이가 6배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2.5배에서 3배 수준으로 좁혀진 만큼 현재가 쌀 관세화 도입의 적기라는 주장이다.
▲ 자료 :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공 |
현재 일각에선 DDA 협상의 타결이 관세 완화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DDA는 공산품·산품·서비스업 등 각 분야의 시장 개방 협상을 마친다는 계획을 기초로 하는 WTO 제4차 다가간 무역협상을 지칭하며, 관세율 인하 등 세계 무역 자유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쌀 관세화에 따른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도 우려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높은 관세율로 쌀을 관세화해도 FTA·TPP·DDA 등 후속 협상으로 관세가 낮아질 우려를 안고 있다"면서도 "FTA·TPP 협상은 정책의지에 달린 문제로서 정부가 양허제외(관세율 상한선 지정 금지)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행 연구에서 적정 관세율은 400∼600% 정도"라며 "일본·대만 사례처럼 끝까지 주장해 높은 관세율을 확보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부 측에서도 높은 관세율 고수 의지를 드러내면서 철저한 준비를 예고했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농식품부는 최대치의 관세율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전문가 및 관계부처와 협의해 다양한 가격 자료를 검토하면 WTO 검증에 대비한 논리와 근거자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쌀 산업의 지속가능성 유지 등을 위한 대책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민단체 제안 반영 및 고관세율 특별법 제정해야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정부가 이야기하는 고율의 관세를 확보하길 바란다"며 "FTA·TPP 등에서 양허 제외하겠다는 정부 의지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의지가 강하다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농민단체에서 제안하는 것처럼 특별법 제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정부 내에서는 검토했을 진 모르나 농민·국회와 토론이 없었던 듯하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3개월 전인 오는 9월말까지 WTO에 한국의 쌀 관세율을 비롯한 수정양허안을 제시하고 10월부터 3개월간 검증기간을 거친다. 수정양허안을 제출하기 전에 정부 안팎에서 충분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
장 부소장은 정부의 성급한 관세화 발표도 비판했다.
그는 "2015년 1월 1일부터 무조건 관세화로 전환한다는 전제하에 올해 9월말까지 WTO에 우리측의 관세화 방안을 통보할 것을 무조건 밀어붙이고 있다"며 "처음부터 관세화 전환으로 자승자박의 상태로 협상테이블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04년 쌀 재협상 당시 자동관세화론과 같은 자충수를 두는 것과 같다"고 우려했다.
▲ 자료 :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제공 |
또 이날 토론회에선 관세화 유예 기한 만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해영 국제통상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2015년 이후 쌀시장 개방은 우리의 '국제법적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농업협정문 등 국제조약에 해당 조항은 없다"며 "이 것은 그 때(재협상일) 가서 다시 논의 해보자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소장은 "관세화 유예, 곧 특별대우의 계속이 가능한 지 여부는 협상의 결과"라며 "(결국 관세화로 결론이 난다면) 농업계와 정부가 쌀 관세 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쌀산업 대책을 담은 농·정 협약을 체결하고 이행을 국회가 보증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도 "정부는 대회적으로 협상을 하고 국내에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며 "쌀 개방 방법은 식량주권과 결부된 중차대한 문제로써 국회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나아가 "정부가 범국민협상단을 꾸려 이해 당사자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농민을 설득할 수 있는 관세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