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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 무리한 제재심 일정 자충수 거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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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노희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지난달 말 열렸던 금융권 대규모 징계 제재심의위원회가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한 제재심 위원은 지난달 26일 제재심과 관련, "중요한 사항임에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기 버거울 정도로 자료가 급하게 왔다"며 "봐야 할 자료가 몇천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심의 부담을 호소했다. 

이는 판사의 공정한 판단을 받을 제재 대상자 권리가 금감원의 준비 부족으로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지난달 26일까지의 사항이다. 결과적으로 제재심은 연기됐고, 제재심 위원은 관련 자료를 파악할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당일 결론이 나왔다면, 그 결론이 제재심 위원의 합리적 판단 속에 도출됐을지 의구심이 든다.

이는 애초 금감원이 무리한 일정 속에 대규모 징계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금감원은 200여명의 임직원 생사가 걸린 징계 문제를 한 제재심에 구겨 넣었다. 준비 단계나 제재심 당일 물리적으로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문제는 금융권 검사와 제재에서 몇십 년씩 잔뼈가 굵은 금감원 실무선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 제재심에 여러 안건을 쑤셔 넣어도 결론이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이 과정에 '부실 준비' 발생 우려가 있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한꺼번에 여러 제재 사안을 처리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금감원이 (대규모 징계를) 한 번에 처리하려는 데 무슨 목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올 초 카드3사 고객정보 대규모 유출 등에서 제기된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론을 희석할 무엇으로 금감원이 이번 대규모 징계를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과 원칙에 따라 금융사고를 적발하고 엄정히 제재하는 것은 금감원 본연의 임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시기에 어떤 효과를 갖는 것은 사실 별개 문제다. 금감원은 이런 문제를 신경쓸 필요가 없지만, 외려 그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돌고 있다.

특히 절차 미비 속에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의 공간은 확장될 여지가 있다. 거론된 제재심 위원의 심의 부담도 제재심 안건이나 관련 자료의 제재심 위원에 대한 확정 및 제출과 관련한 규정이 없어 빚어진 일이다. 무리한 제재심 진행은 규정 공백과 조직 논리가 맞물리면서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이번 대규모 징계를 말끔하게 처리하려면 혹여나 생길 수 있는 대규모 징계의 '정치적 효과'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것이 금감원 권위를 세우고, 금감원을 진정 살리는 일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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