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 활동 늘어…Q4 900억달러 운용
[뉴스핌=주명호 기자]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달라졌다. 기업 경영진들의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적으로 간주됐던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Activist Hedge Fund)'들이 이제는 환영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주총회 안건분석 회사 ISS에 따르면 올해 기업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투자자들이 위임장 대결에서 승리한 비율은 68%에 이른다. 위임장 대결은 소수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 받아 경영권 등 회사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작년의 경우 위임장 대결 승소 비중은 43%였다. 그만큼 주주들이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뜻이다.
헤지펀드사 자나 파트너스의 경우 올해 미국기업들을 상대로 5건의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펼쳤는데 5건 모두 위임장 대결 없이 요구를 관철시켰다. 배리 로젠스타인 자나 파트너스 CEO는 "형식적인 경영권 대결을 지양하고 확실한 결과를 추구하는 등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행동주의활동이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사냥꾼'이라는 이명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이달 의료기기회사 홀로직의 이사진에 초빙됐다. 아이칸은 "기업 이사진들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실제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며 행동주의에 대한 태도가 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활동도 황성해지고 있다. HFR에 따르면 올해 4분기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운용한 자산 규모는 900억달러를 넘어서 5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이 세운 퍼싱 스퀘어의 경우 지난 7월 가스회사 에어프로덕츠의 지분 매입에 2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롭 CEO는 일본 소니의 지분을 대량 매입 후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분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기업들의 유동성 증가도 행동주의자들의 활동에 힘을 실었다. JP모간의 더그 브로스테인 부회장은 "높은 수준의 유동성이 자본 구조를 개선시키는 행동주의자들의 목적에 부합했다"고 말했다. 또한 "주식시장 상승세로 부실기업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게 됐다"며 헤지펀드들이 목표 기업을 설정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