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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갑의 본(本)

기사입력 : 2013년05월13일 15:14

최종수정 : 2013년05월13일 15:28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날도 더워지고 있는데 열 올릴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라면상무' '빵회장'의 유난한 '갑(甲)질(이른바 갑으로 불리는 계약관계에 있어 우위에 있는 주체의 부당행위를 일컫는 말)'이 공론의 장으로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역시 '갑'의 위치인 제조사 남양유업의 판매 대리점에 대한 폭언 파문이 이어졌다.

여기에 스스로가 권력자라고 여겨 저지른 것이란 혐의가 짙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인 '을(乙)' 노릇을 해야 마땅할 이가 성추문으로 나라 망신을 시킨 일까지 벌어졌다. 이를 정치 함수로 풀어보려는 주장들이 칼싸움처럼 오가고 있는 꼴도 흉하고 인터넷을 통해 패러디 시리즈나 이어지며 본질을 덮어버리는 상황 역시 마뜩치 않다.

물론 위의 일들을 모두 하나로 뭉뚱그려 지적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 소견에서 보자면 이 일들은 사람의 아주 나쁜 본성, 그러니까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굴종하면서 약한 자에게는 강하게 굴려는 약육강식의 동물적 본능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조그마한 힘만 갖게 되어도, 완장만 둘러도 없던 힘이 생기고 그걸 휘두르려고 하게 된다는 건 그 유명한 1971년 스탠포드 감옥 실험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평범한 대학생들 가운데 24명의 지원자들을 받아 실험에 나섰다. 집단을 둘로 나눴다. 그리고 한 쪽엔 죄수, 한 쪽엔 교도관 역할을 맡기고 대학 건물 지하에 만든 가상의 감옥에서 지내게 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교도관을 맡았던 학생들은 죄수를 맡은 학생들을 학대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학의 정도는 점점 끔찍해졌다. 죄수를 맡은 학생들은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비굴해졌다. 상황을 두고볼 수 없던 짐바르도 교수는 계획했던 2주를 채우지 못하고 엿새 만에 실험을 중단했다.

짐바르도 교수는 이렇게 특정한 상황과 시스템이 인간을 선하게도 악하게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후에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라 명명했다. 최근 흉하게 불거진 적절치 못한 갑들의 횡포는 이 루시퍼 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루시퍼 효과의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같은 것 말이다. 

권력, 자본주의 사회에선 대개 경제력이게 마련인 그것을 쥔 사람들의 경우 개인 안위의 수준을 벗어나 사회적 책임감을 발휘하는 것.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어렵지만 그렇게 갑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름답다.  

최고경영자(CEO)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하는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왼쪽 얼굴)과 후임 루자오시(오른쪽 얼굴)(출처=차이나데일리)
해외에서 사례를 들어 안됐지만 마윈(馬雲)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의 지난주 퇴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미 1월에 CEO직을 내놓겠다고 공식화했던 그는 회사가 정한 휴일 '알리데이'이자 개인 대상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닷컴 창립 10주년이 되는 날인 지난 10일을 잡았다. 은빛의 번쩍이는 옷을 입고 나와 '너를 사랑해' '친구' 등의 노래를 부르며 유쾌하게 퇴임했다. 

회장직은 유지하기 때문에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경영에선 물러나고 환경이나 교육 등 미래와 관련된 것을 구상하는데 시간을 쏟을 계획이란다. '중국의 빌 게이츠'란 별명이 딱 어울린다.

떠나는 발걸음도 가벼울 것이 알리바바그룹의 실적은 매우 훌륭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은 18억4000만달러,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된다. 모간스탠리는 올해 알리바바의 순이익은 21억8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순이익이 7억4730만달러니 거의 세 배에 가깝게 늘어나는 것이다. 좋은 성적만큼 상장을 앞둔 알리바바의 몸값은 무려 1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없다. 전자상거래란 핵심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모바일 플랫폼 개척을 위해 최근 시나닷컴으로부터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지분 일부를 인수한 것은 알리바바의 이런 행보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출처=BBC)
마 회장은 "인터넷은 젊은이들의 것"이라면서 자신을 포함한 60년대생 임원들은 같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불법 승계나 측근 챙기기 같은 것도 없다. 지난 2000년부터 알리바바에서 오래 근무해 왔으며 알리페이 탄생의 주역이었던 43세의 루자오시(陸兆禧)를 후임으로 선임했다.

마 회장의 행보는 지금은 다른 역할을 선택했지만 우리나라 벤처 경영인 1세대였던 안철수씨의 행보와 흡사하다. 

꽤 오랫동안 정보기술(IT) 및 벤처 업계를 취재하며 옆에서 지켜봤던 경험을 갖고 있는 나는 사실 여전히 그를 '안철수연구소 전 소장'으로 부르고 싶어진다. 그가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 만들기를 얼마나 진심으로 고민하고 도왔는지, 그리고 회사 창립 만 10주년이 되던 해 대표이사직을 그만두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면서 회사 주식 상당부분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말했던 대로 "전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이해타산과 상관없이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다"고 했던 그 마음에 사심은 없었을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워 반독점 논란으로 전 세계를 시끄럽게 했던 빌 게이츠.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과의 '이상한' 악수법이 회자되기도 했지만 그 역시 노블리스 오블리주, 자신이 말한 '창조적 자본주의'를 몸소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에선 높이 평가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힘과 권력은 한 번 쥐면 놓기 어렵다고들 한다. 가질 수록 더 갖고 싶다고도 한다. 그 근처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려는 어리석은 사람들도 적잖이 본다. 수직적 관계 구도가 강화될 때, 그러니까 힘 있는 자들이  더 강해지려고만 할 때, 놓으려고 하지 않을 때 사회는 경직되고 만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신분상승의 사다리였던 교육마저도 막혀 부와 신분이 과점되고 세습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많은 '을'들에게선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의식적이고 자율적인 '갑'들의 본보기가 필요하다. 이 사회의 분노지수가 더 올라가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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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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