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글로벌

속보

더보기

[김윤경 국제칼럼]테러가 잉태되는 곳

기사입력 : 2013년04월23일 14:36

최종수정 : 2013년04월23일 14:36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 春樹) 덕에 알았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몸을 단련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도 믿는 작가 하루키는 뉴욕, 아테네 등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곳마다 열심히 뛰었지만 유독 평화로운 대회로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기억되게 해줬더랬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벌인 것으로 체포, 기소된 조하르 차르나예프(우)와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좌)(출처=워싱턴포스트)
그런 보스턴 마라톤이 이제 '테러'란 태그를 달게 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결승점에서 터진 폭발물로 3명이 목숨을 잃고 170여명이 다쳤다. 

용의자로 지목됐던 체첸 출신의 형제 가운데 형은 수사 당국의 추격 과정에서 숨졌고, 중상을 입고 체포된 동생은 22일 미 연방 수사당국에 의해 기소됐다. 이제 '용의자'가 아니라 '피고인'이 된 것이다. 대량살상, 그리고 재산손괴 혐의가 적용됐다. 연방법원에 기소됐기 때문에 사형까지도 구형받을 수 있게 됐다.

수사 당국은 범행 동기가 종교적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00년 체첸을 떠나 인근 다게스탄 공화국 등을 거쳐 2002년 미국 시민권자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두 사람의 종교는 알려진 대로 이슬람교. 아직 더 캐봐야 확인되겠지만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이슬람 근본주의(원리주의) 테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외로운 늑대(lone wolf)'가 이슬람 근본주의자였다는 얘기.

그러나 이것이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든 국제 테러조직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든 '극단적이고 맹목적인 자기확신이 외부에 폭력적으로 행사된 것'이란 점에서 근본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잣대로 보면 사실 사방이 테러인 시대다. 

너무 일반화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폭력 행위나, 이를 막겠다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미국이나 모두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영국의 문화 비평가 테리 이글턴도 "미국과 이슬람의 적대는 상호적인 테러리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부추긴다"고 일갈한 바 있다. 

물론 '극도의 사회적 공포감을 조성하고 심각한 파괴를 가하거나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 관계를 파괴하는 것이 테러'라고 협의의 정의를 내린다면 '미국도 테러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겠지만, 마치 그림자처럼 테러를 부추기는 측면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게다가 이제 테러는 '개인화'하고 있다. 실제 미 연방 수사국은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당사자도 국내적 혹은 무정부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혜남 박사는 2004년 한국정신분석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테러리즘과 정신분석'이란 논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테러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을 사회는 물론 개인으로부터 고찰했다.

김 박사는 테러리즘은 정치, 경제, 종교, 문화, 역사 등의 다양한 힘들이 작용하며 벌어지는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에 인간 심리의 무의식적인 동기와 과정에 관한 정신분석적 설명만으로 이해될 수는 없지만, 분명 개인과 집단의 심리가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향한, 또 그들의 집단의 인간을 위한 죽음과 파괴의 행위이기 때문에 정신분석적 고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박사들이 쓴 논문인 '테러리즘에 대한 소고'(황익근, 양종철, 2007년)에선 테러리즘을 발현시키는 심리적 배경을 분석했다. 이들은 자기애적 상처에서 생긴 증오, 어린시절 경험한 구타나 정서적 학대와 같은 트라우마, 모성 분리에 따른 원초적 불안 등을 제시하면서 이런 불안정한 자아 경계를 보강하기 위해 증오심과 공격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현대 사회에선 양극화가 심화되며 상대적인 박탈감과 굴욕감, 증오와 불행감이 커지고 있다. 개인은 파편화되면서 정상적인 의사소통과 관계맺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얽히면 개인과 사회에 내재돼 있던 폭력성과 공격 본능, 종교적 근본주의에 대한 맹목이 자랄 수 있다. 기술과 미디어의 발전을 통해 테러가 '극장화'하면서 현실성을 잃는 것도 문제란 생각이 든다.   

한편 시카고트리뷴 오피니언 면에 이런 의견을 낸 사람도 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저지른 형제 가운데 형인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복싱 선수였다는데 방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머리를 얻어맞음으로써 만성외상성뇌병변(CTE)를 앓게 됐을 수 있고 그래서 충동조절을 잘 못하게 되고 감정적인 불안정이 생겼을 수 있다는 견해. 

이런 의견은 성범죄자들의 경우 전전두엽에 이상이 생겨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와 통하는 데가 있다. 그렇다면 범죄나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예를 들어 국가같은 존재가 모든 사람의 뇌를 스캔해 분석한 뒤 통계적으로 범죄나 테러를 저지를 확률이 높은 사람을 선별해 관찰, 감시를 해야 할까.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너무 우익적일 것이다.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막고 싶어진다. 인명(人命)은 인간이 갖고 있는 것이지만 함부로 해선 안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 국정 로드맵 짤 이한주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재명 정부의 5년 국정 로드맵을 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30년지기'인 최측근 인사다. 이 원장과 이 대통령의 인연은 '성남'에서 시작됐다. 이 원장이 가천대 교수이던 시절 경기 성남시에서는 신도시 개발 문제, 광주대단지 사건 등 여러 문제가 터졌다. 두 사람은 시민운동에서 마음이 맞아 현재 인연으로 이어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지난해 민주연구원장 시절 뉴스핌과의 인터뷰. 2024.06.11 pangbin@newspim.com 이 원장은 지난해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상세히 털어놨다. 그는 "필요하면 서로 불러대고 하는 관계"라며 친밀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을 계기로 더욱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는 "성남시에서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을 100개 이상 만드는 데도 같이 했고 기본소득의 원조라고 얘기할 수 있는 청년 기본소득도 성남에서 민선 5기, 6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회 실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메인 정책으로 꺼낸 '기본소득'도 이 원장의 작품이다. 당시 대선 패배로 기본소득 정책은 다소 후퇴했지만, 대신 '기본사회'를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이던 시절 당대표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를 구성해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기본권 강화 등에 주력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기본사회 공약을 강조했으며, 대통령 직속의 기본사회위도 꾸릴 예정이다. 이처럼 '기본 시리즈'를 고안한 인물로 이 대통령의 꾸준한 신임을 얻고 있는 셈이다. 두터운 의리로 민주당의 공약 개발을 하는 민주연구원장에 이어 국정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원장은 현 정부·여당이 전국민에게 25만원을 줄지 선별적으로 지급할지에 논의 중인 데 대해서도 지난해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부는 예산이 많이 들고, 선별적으로 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정 그렇다고 한다면, 가난한 사람한테 더 주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당시 야당 입장에서였다.  이 원장은 선별 지급이 기본소득의 고유 이념에 대해서는 후퇴한 것이라고 했지만 "전국민 지급을 끝까지 우겨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이 원장은 16일 출범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부 조직개편과 국정과제를 정리하며 이재명 정부의 5개년 국정 밑그림을 약 50일간 짤 예정이다.  ▲1956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생물학 학사, 경제학 석·박사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경기연구원 원장 ▲민주연구원 원장 ▲2025년 대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장  ycy1486@newspim.com 2025-06-16 06:00
사진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 송언석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16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 당원 여론조사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혁신의 논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의원들의 견해가 다르고 김 비대위원장 스스로 상임고문님들이랑 얘기할 때도 몇가지 부분은 곤란하단 의사 표현을 했다고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06.16 pangbin@newspim.com 그는 당 혁신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아무래도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차적이고, 그런 점에서 특정 계파에 편향적으로 알려진 분들은 이번 인선에서 2차적으로 평가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 문제와 전당대회 시기를 묻는 질문엔 "조속히 정리해 특별한 반대가 없으면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할 수 있게 하겠다. 실무적 절차가 있어서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6월 말 이후에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발생할 건데 만약 비대위의 임기를 더 가져가야 할 일이 있으면 이헌승 전국위원장과 상의해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한 질문에는 "헌법 질서 속에 있었던 탄핵 결과에 승복하고 모든 것이 끝난 상태"라며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반성 할 용의가 있고 그렇게 해왔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같은날 선출 직후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그는 "변화와 쇄신을 통해서 앞으로 성장하도록, 미래에 갈 수 있도록 우리 당이 국민의 마음을 더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로 협상할 것은 협상하고, 또 투쟁할 것은 투쟁하면서 의원님들의 총의에 따르겠다"고 했다. 상법개정안과 관련해선 "주주 충실의무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가 필요하다"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선 "국민들께 소상히 밝히는 게 먼저 우선순위로 해야 할 도리"라며 "김민석 후보자를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도 지명 철회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리 고민을 해 두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5-06-16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