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산업은 물론 경제에도 득되는 '윈-윈 정책'
[뉴스핌=우동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시장의 충격 없이 그 동안 추진했던 양적완화의 부작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7일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은행권과 경제가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연준이 검증된 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시겔 교수는 지난달 연준 정책 의사록을 통해 시중은행들의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비용을 재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면서, 이 같은 출구전략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은행권이 연준에 쌓아두고 있는 지급준비금 규모는 1조 7000억 달러 수준으로 이에 대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연준 정책위원들은 은행들이 이 자금을 대출과 예금으로 돌릴 경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겔 교수는 금유 위기 이전에는 은행들의 초과지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연준은 은행들의 예대율을 조정하기 수월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시중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초과지준을 통해 수조 달러 규모로 대출과 예금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준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조 달러 상당의 매입 자산 중 절반이 넘는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는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겔 교수는 따라서 중앙은행이 전통적인 3가지 정책 수단의 하나인 지급준비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은행권의 충격을 막기 위해 재할인창구를 통한 대출에 나섰으며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다른 2가지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해왔지만, 20년 이상 지급준비금 정책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고 40년 가까이 거의 모든 예금에 대해 지준율을 인상한 적이 없다.
금융위기 이전 은행권의 비용 절감 압력 등으로 연준이 요구한 지준 규모는 4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1980년 신금융개혁법 이후 제정된 연준의 지준율 요구치 상한을 한참 밑도는 0.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신금융개혁법은 연준이 은행권의 거래 잔액에 대해 최대 18%, 정기예금에 대해서는 최대 9%의 지준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바 있다.
시겔 교수는 연준의 자금순환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기관의 총 예금잔고는 10조 6000억 달러 규모이며, 여기에 15%의 지준율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초과지준금을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은행이 다른 부채를 일으켜 이 지준금을 내지 못하도록 모든 비예금 자금조달원에 대해서도 지준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5% 지준율 적용이 은행권에 이례적인 부담으로도 비칠 수 있지만 지난 2008년 의회가 연준에게 지준에 대한 이자 지급을 통해 이런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곁들였다.
시겔 교수는 연준 멤버들 대부분이 장기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를 4%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급준비금에 대해 약 2%의 이자를 지불할 수 있으며, 1조 7000억 달러에 대해 이런 이자지급 부담은 340억 달러 정도로 2012년 벌어들인 수익 770억 달러의 절반 이하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겔 교수는 지준율 인상 정책이 매력적인 또다른 특징으로 '바젤III' 규제에 따른 유동성 및 자기자본비율을 수정하거나 아예 어떠한 경우에는 제거해버릴 수도 있는 장점을 들었다.
연준이 보관하는 지준은 필요할 경우 통화공급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유동적인 자산이며, 이러한 높은 지급준비금은 바젤 협약이 요구하는 유동성 비율을 쉽게 달성할 수 있게 한다는 것.
결국 그 동안 잠들어 있던 지준율 정책을 활용하면 연준의 출구전략 구사가 매우 쉬울 뿐 아니라, 바젤 건전성 규제를 충족시키기 쉬워 연준과 금융산업은 물론 미국 경제에도 '윈-윈'이 될 것이라고 시겔 교수는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