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품 위주의 한국 제약사엔 오히려 기회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의약품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저가의 복제약품(제네릭) 범람과 까다로운 보건정책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경제보도(世紀經濟報道)는 중국 위생부가 최근 2012년 '국가기준약물목록'을 발표했다고 19일 밝히고 이에 따른 중국 의약품 시장의 판도 변화에 대해 보도했다. 국가기준약물목록(이하 '목록')이란 병·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지정약물 명단과 관련 규정에 관한 문서로 3년에 한 번 수정·발표된다.
중국의 병·의원들은 이 목록을 기준으로 의약품 조달 입찰을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회사에 있어 위생부의 약물기준목록은 3년 간 영업은 물론 장기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목록의 특징은 지난번에 비해 약품의 종류와 수가 대폭 늘었고, 적용 대상도 기존의 지방 소도시의 의원급 병원에서 대도시의 대형병원으로 확대했다.
특히 이번 목록에는 항암제, 아동용 약품, 혈우병 치료제 등 고가의 약품들이 신규 추가돼 베링거인겔하임의 독소루비신(Doxorubicin), 사노피아벤티스의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상품도 다수 편입될 수 있었다.
그러나 위생부의 약물기준목록은 약품의 가격과 용량 등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관련 시장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이 기준안이 100mL로 규정한 약품을 모 업체가 50mL규격으로 생산하고 있다면 목록 선정에서 탈락한다.
가격 규정 역시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한숨짓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의약품 시장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고가 오리지널 약품과 중국산 저가 복제약품으로 양분되어 각자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회사가 병·의원 의약품 납품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가전략을 더이상 유지할 수가 없다.
지난 2009년 미국에 기반을 둔 제약회사 머크샤프앤드돔(MSD)은 고지혈증 치료제 심바스타틴(Simvastatin) 가격을 57%나 내려 기준약물목록에 진입했고, 병의원 지정약품 납품 입찰 참여 자격을 획득했다. 그러나 중국의 지방 소도의 병원은 약품의 효과와 품질보다는 가격을 중요기준으로 삼고 있어,심바스타틴은 중국의 초저가 복제약품에 밀렸고 시장장악에 실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대형 제약회사들이 영업전략 수립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대한 의원 의약품 납품 시장을 포기하자니 아깝고, 공략하자니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태다.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화이자(Pfizer), 바이엘(Bayer)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아직 개정된 국가기준약물목록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보다 복제약품에서 기술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이 중국시장에 보다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한 2012년 중국 약품시장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의약품시장의 규모는 9261억 위안(약 166조 원)에 달했으며, 올해부터 2020년까지 매년 평균 1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복제약품이 전체 의약품 시장의 97%를 장악하고 있고, 중국 내 처방 약 중 복제약품의 비율 역시 90%를 초과했다. 이는 신약보다 복제약품에서 강세를 보이는 한국의 제약회사로서는 중국 시장을 공략해 볼만한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 보건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복제약품 종류가 중국보다 다양하고, 중국 제약회사들도 중국에 없는 약품을 위주로 한국 업체들과의 제휴를 희망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약(중국명 '중약')제 약품 시장도 전망이 밝은 시장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중국명: 중의학)이 발달했고 한약제 약품이 보편화돼있다. 이번 국가 기준약물목록에도 한약제 약품 203개가 포함됐다. 한약분야에서 국내기술이 다국적 제약회사보다 월등히 우수한 만큼 이 분야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