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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꽃을 든 좀비' 상상이나 해봤어? '웜바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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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세혁 기자] 니콜라스 홀트의 좀비 로맨스 ‘웜 바디스’의 행보가 심상찮다. 개봉 전 보고 싶은 영화 1위에 오를 때만 해도 반짝인기가 점쳐졌던 ‘웜 바디스’는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1위를 꿰차더니 18일 오전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웜 바디스’가 개봉 5일 만에 끌어들인 관객은 무려 50만 명이 넘는다.  

‘웜 바디스’의 인기는 의외다. 최근 계속되는 우리나라 영화의 뚜렷한 강세 속에 개봉한 데다,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대여섯 등장하는 블록버스터도 아니었기에 놀라움은 더 크다. 핫가이 니콜라스 홀트의 고군분투가 예상됐던 ‘웜 바디스’. 대체 어떤 위력을 가졌기에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는 걸까.

객석에 앉아 ‘웜 바디스’를 감상하면 의문은 이내 풀린다. 이 영화는 정말 독특하다. 가장 큰 경쟁력은 좀비 로맨스라는 특별한 장르다. 피 칠갑한 산송장들이 산 사람들을 물어뜯는 살풍경에 로미오와 줄리엣 뺨치는 달달한 로맨스를 갖다 붙인 상상력이 기막히다. 꽃을 든 좀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장르가 만나며 일으킨 화학반응은 로켓연료처럼 ‘웜 바디스’의 막강한 추진력이 됐다.

끝으로 가면서 살짝 김이 빠지지만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들뜨게 한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칙칙한 화면 속에 흐르는데도, 내용 자체가 어둡거나 비극적이지 않다. 자신이 어떻게 좀비가 됐는지, 그리고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R(니콜라스 홀트)이 줄리(테레사 팔머)를 만나며 느끼는 감정은 어여쁜 배우가 등장하는 멜로영화보다 극적이고 달콤하다.

꺽다리 좀비 R로 변신한 니콜라스 홀트만의 작품일 줄 알았던 ‘웜 바디스’는 테레사 팔머가 당당하게 부각되는 투톱 영화였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닮은꼴 배우로 이름만 겨우 알려졌던 테레사 팔머는 할리우드 최고의 핫가이 니콜라스 홀트는 물론 객석까지 휘어잡는 매력을 보여준다.

테레사 팔머의 매력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명곡들과 잘 어울린다. 인간사냥을 나선 R이 산탄총을 쏘아대는 줄리를 보며 넋이 나가는 장면, 겁에 질린 줄리를 위해 R이 레코드를 틀어주는 장면 등에서 흐르는 The Troggs의 ‘With a girl like you’가 대표적이다.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 폭죽처럼 터지는 유머러스한 요소들도 즐거움을 준다.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전개가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동명 소설을 재치 있게 재해석한 조나단 레빈 감독의 연출이 근사하다. 96분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러닝타임을 택한 점도 마음에 든다. 별 기대 안했다가 이렇게 큰 만족감을 느낀 영화가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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