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등급 하향 우려...아직 큰 변동 없어
[뉴스핌=김연순 이에라 김선엽 기자] 유엔(UN)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하고, 북한이 남북간 불가침 합의 폐기를 선언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증시를 비롯한 채권 외환 시장도 '컨트리 리스크'라는 악재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당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지 않으나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된다면 급변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 우발적인 국지전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위기 관리를 준비중이다.
◆ "지정학적 리스크 부담돼‥등급 강등도 우려"
시장 전문가들은 8일 대북 리스크가 분명 시장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진행한 후 긴장상태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도발을 취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북제재는 화물과 항공에 대한 조사를 포함하고 선박에 대한 조사도 권고사항에서 강제조항으로 바뀌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협이자 부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끝이 어딜지 알 수 없다"며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외부적인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미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진행했고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상태"라며 "올해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북한은 새 판을 짜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국내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북한 리스크의 감소를 이유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지정학적 요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대북 리스크가 발발하면 등급을 언제라도 다시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익상 연구원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S&P는 한국의 신용등급 평가에 있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며 "한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리스크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이슈는 컨트리 리스크를 높일 수 밖에 없다"며 "최근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대북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프로파일을 왜곡시킨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대 수익률보다 리스크가 더 커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제기되는 것은 국지전 가능성이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던 것처럼 도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연평도 사건 이후 한국군이 대응 강도를 높일 것을 공언하고 있어 북한 또한 더 큰 불행을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섣불리 행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로서는 향후 진행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의 발표가 단지 '선언'에 그치는 것인지 추가 액션을 취하는 것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 "기존 대북 리스크와 비슷할 뿐..外人 이탈 없을 것"
일각에서는 기존 대북 리스크와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미 컨트리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인 데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걱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 더구나 앞서 북한의 핵실험 당시 증시가 금방 회복했던 경험 역시 대북 리스크에 시장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기도 하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간 있었던 대북 리스크와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본다"며 "이미 북한이 핵실험을 진행하면서 어느정도 예상됐던 상황이라 기존 리스크랑 같다"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에 우리가 안고왔던 대북 리스크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기존에 용수철이 눌려있는 상황이었는데 더 누른다고 내려가겠느냐"며 "본래부터 갖고 왔던 대북 리스크 연장선상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수급에 대한 전망도 이와 비슷하다. 북한 리스크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노중 팀장은 "장중 외국인 매도 상황을 감안하면 대북 리스크 때문에 파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며 "리스크를 크게 봤다면 매도 수준이 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소폭 오르며 2000선을 유지했고 채권시장 또한 큰 변동이 없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90원을 돌파했지만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환율이 오른 부분이 있으나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상승 측면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선물 손은정 연구원은 "UN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재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하면서 북한이 추가도발할 것이란 경계감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엔화가 빠지면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에도 불안감이 조성됐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이에라 김선엽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