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함지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측근인사가 포함된 임기말 특별사면을 단행하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잇달아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현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앞서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두 차례에 걸쳐 이 대통령의 특별 사면 검토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표시했음에도 이 대통령이 이날 특별사면을 강행하자 이에 강력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과 '택시법'을 두고 보이던 신구권력 간 갈등 양상이 이번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 특별사면 강행으로 전면화되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박 당선인은 이날 이 대통령이 단행한 특별사면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비리 측근인사가 포함되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있는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특사에 부정부패자와 비리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조 대변인은 "이번 특사 강행은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선인과 전화했고 상의했다"고 했으며, 박 당선인의 반응에 대해서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신 거라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격양된 반응이 아니라 평소 법치와 원칙의 소신에서 나온 입장이라는 것이다.
앞서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이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잘못된 특별사면에 뒤따르는 국민적 지탄은 순전히 이 대통령의 몫이라는 점을 못 박은 것이다.
박 당선인측과 인수위가 한 시간도 안 돼 잇달아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 성토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번 특별사면에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반대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이날 이 대통령의 특별 사면에 앞서 잘못된 임기말 특별사면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실제 윤 대변인은 지난 26일 "과거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며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현 정부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아울러 인수위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특사 강행 의지를 내비치자 28일에는 조 대변인이 "(특사 관련) 언론 보도가 계속되니까 (박 당선인이) 언론보도 보시고 그렇게 말했다"며 "박 당선인은 언론에 보도되는 특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측과 인수위의 강력 반발에는 현 정권의 과오와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새로운 정권 출범에 흠집이 가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 입장에서는 비리 연루자에 대한 임기말 특별사면을 용인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도 실제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듯 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책임론을 강조한 것이다. 특별사면 책임론이 박 당선인에 옮아붙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속내가 깔여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면 문제에 대한 신구 권력의 갈등설이 아닌 '역할 분담론' 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사면문제를 두고 신구권력 충돌, 갈등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박 당선인은 명분을 챙기고, 이 대통령은 실리를 챙긴다는 생색내기용 갈등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주장했다.
이제 관심은 특별사면을 놓고 정면 충돌한 신구 권력이 4대강 사업과 '택시법' 등의 '뜨거운 감자'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이어갈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윤 대변인은 지난 22일 "4대강 조사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의혹이 있으면 밝히고 고칠 것은 고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인수위의 입장"이라고 말해, 현 정부 최대 사업인 4대강 사업에서도 신구 정권의 충돌이 있을 수 있음을 시시한 바 있다.
여야가 공동 처리한 '택시법'에 대해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여당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기도 했다.
다만 '특별사면'으로 드러난 신구 정권의 정면 충돌이 불필요한 전면전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의 '낮은 자세'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데다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박 당선인측 입장에서도 현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실리'를, 박 당선인은 '명분'을 챙기는 선에서 갈등 양상이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고개를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