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지난달 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유일하게 인수의향을 밝힌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밝혔던 "가격이 적절하지 않으면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를 두고 M&A업계에서는 매각에서 최소 2군데 이상의 유효한 경쟁자가 참여하는 '유효경쟁'을 전제로 하는 까다로운 '국가계약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가재산의 거래에서 국계법의 이같은 절차상 조건이 오히려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안전막이 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만만찮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KAI 예비입찰에선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참가해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의 조회장이 가격이 적절해야 인수한다는 의지를 올려놓는 협상테이블이 펴지지도 않은 것이다.
M&A업계 일부에서는 쌍용건설 등에서와 같이 KAI 매각 무산도 '유효경쟁'이 전제돼야만 매각협상이 진행되는 까다로운 국계법상 규정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쌍용건설의 경우도 입찰당시 독일계 엔지니어링 업체인 M+W가 참여했지만 단독입찰이라는 이유로 매각이 중단된 바 있고, 티웨이항공 지분매각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최근 주요한 M&A 딜이 무산된 원인이 국계법의 '유효경쟁' 때문으로 지목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잘못된 진단이라는 반박도 만만찮다. 오히려 국계법으로 국가재산의 매각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자동적으로 확보된다는 것이다.
매각자의 도덕적 해이에 의한 헐값매각이나 업계를 지배하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업체가 단독참여해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는 경우를 차단하는 유효한 장치라는 것이다.
한 M&A전문가는 "기업매각에서 글로벌 기업의 경우도 시장지배력이 강할 경우 인수전에서 사전조정을 통해 혼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 매각협상에서 당연히 우위를 점해 매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계법과 같은 장치가 없는 경우 강력한 국내로펌을 내세워, 매각 딜구조에 대해 엄청나게 도전을 해온다는 것이다. 글로벌 딜의 경우에 특히 이런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국계법이 더욱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M&A에서 사는쪽이나 파는쪽을 지원하는 IB들이나 로펌들은 거래 자체에 관심이 있고, 이의 성공만이 일종의 업무성과 목록인 소위 '트랙레코드'(Track Record)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가 있고, 경제적인 목적에서 무게가 덜할 수 있다.
다른 전문가는 "비견한 예이지만, 최근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매각에서 나타난 행태가 대표적인 경우"이라며 "민간기업의 경우 매각에서는 어떤 행태를 취하던 누가 뭐라 할 수 없고 매각이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국가재산에 대한 매각에서는 정황상 산업에서 주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코 사기업의 매각에서와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KAI의 매각에서는 국계법상 '유효수요'가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딜구조 자체를 너무 기존주주 입장이고 팔리는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KAI의 경우 인수 후에도 연구개발(R&D)을 지속하기 위한 투자가 계속돼야 하는데, 정부는 민영화에만 급급해 이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투자자의 경우 이점을 주목하면서 투자에 적극 가담하기를 꺼리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문가는 "KAI의 특성상 구주와 신주(증자)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해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런 이후에 정부는 나머지 지분을 블록딜로 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이미 부품공급 계약 등으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에어버스(Airbus)사와 대한항공의 컨소시엄 구성이 성사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대한항공이 해외의 전략적 투자자(SI)와 컨소시엄하는 것은 매각딜이 구주매출방식이라는 한계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이미 KAI의 2차 매각공고를 협의할 예정이라는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입장에 대해 이를 무리한 매각의 추진으로 보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KAI 노동조합 비상투쟁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정책금융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매각작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주주협의회가 보유중인 지분을 국유화해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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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유효경쟁 까다로워 vs 공정·투명성 안전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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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73년 역사 속 최고의 승부수는?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재계 2위 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을 되새긴다. 중동 전쟁 후폭풍에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차분히 기념식을 챙기며 SK그룹 특유의 SKMS(SK Management System) 정신을 강조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연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등 SK 오너 일가와 일부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열리는 선혜원은 최종건 창업회장의 사저이자 연구소로 사용된 공간으로, 현재는 인재 육성의 상징적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SK그룹은 해마다 창립 기념일에 선혜원에서 비공개 행사를 통해 그룹의 정체성과 경영 방향을 점검해 왔다.
◆ 1953년 4월 8일 창업주 최종건 회장이 세운 선경직물이 그룹 모태
SK그룹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4월 8일,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설립한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이 모태다. 선경직물은 나일론을 만들며 본격적인 섬유기업으로 빠르게 성장, SK그룹의 초석을 쌓았다.
1973년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은 SK(당시 선경)를 세계 일류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기 위해 발 벗고 뛰었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현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하고 해외 유전 개발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 [사진=뉴스핌 DB]
현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회장은 정유화학에서 멈추지 않고 통신에 눈을 돌렸다. 1992년 노태우 정부 때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지만 특혜 시비로 1주일만에 사업권을 자진 반납해야 했다. 이후 1994년 민영화되며 매물로 나온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경쟁 입찰에 참여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현재 SK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반도체 사업 역시 최종현 회장이 1978년 선경반도체가 출발점이다. 다만 당시엔 전 세계를 강타한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다. 최종현 회장의 의지는 2011년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실현됐다. 최태원 회장은 2012년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30여년 만에 반도체 사업 진출의 꿈을 이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은 1998년, 38세의 나이에 SK그룹을 이어받은 최태원 회장이 이어가고 있다.
◆ 최태원 회장,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신의 한수'
SK그룹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현 SK이노베이션) 인수를 시작으로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재계 2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특히 반도체 불황이던 지난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그룹 체질을 바꿨다. 현재는 지주회사인 ㈜SK를 중심으로 에너지, 정보통신,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그 동안 세 차례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삼성에 이은 재계 2위 그룹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 평가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주도한 지난 2012년의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수'로 꼽힌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았고, 통신과 정유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 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스핌 DB]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당시 반도체업계 3위 일본 엘피다 파산으로) 반도체 시장 경쟁자가 줄었고 반도체 산업 특성상 신규 진입자가 뛰어들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게다가 하이닉스가 지금은 실적이 나쁘지만 경쟁력은 여전히 뛰어나다"며 3조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초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에서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자"라며 '승풍파랑'(乘風破浪)의 도전을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AI의 핵심인 반도체(SK하이닉스)와 통신(SK텔레콤), 에너지 인프라(SK이노베이션)까지 'AI 밸류체인'을 두루 갖춘 대기업으로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
2026-04-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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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폴더블폰 테스트서 문제 발생"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애플이 첫 폴더블 아이폰의 엔지니어링 테스트 단계에서 예상 외 어려움을 겪으며 대량생산 및 출하 일정이 수개월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닛케이아시아는 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폴더블 아이폰 초기 테스트 생산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폴더블 아이폰의 초기 테스트 생산 단계에서 예상보다 많은 문제가 발생해 이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데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첫 출하가 수개월 늦어질 수 있으며, 이는 애플의 폴더블 기기 진입 전략에 차질을 줄 전망이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애플이 여전히 오는 9월 아이폰 18 프로와 프로 맥스와 함께 첫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출시 시점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생산이 본격 가동되지 않은 상태로 6개월 여유가 있어 조정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식에 애플 주가는 장중 5.1%까지 하락한 뒤 오후 거래에서 3%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 동부시간 오후 2시 27분 애플은 전장보다 2.88% 내린 251.41달러를 기록했다.
애플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mj72284@newspim.com
2026-04-08 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