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사회적 기업화- 합병상장- 보유지속등
[뉴스핌=이강혁 기자] 동양그룹의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계열사인 미러스가 동양시스템즈와 합병을 결정하면서 재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통서비스기업과 정보기술기업의 합병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논란의 됐던 MRO 계열사에 대한 새로운 해법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는 것.
대기업의 MRO 사업은 지난해 오너 일가의 지배 문제와 내부 일감몰아주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의 이번 MRO 사업 해법찾기는 그동안 여러 대기업들의 대응과는 차이가 크다. 사업성을 유지하면서 전혀 다른 계열사로 옷을 바꿔 입는 새 역할 모델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이번 합병에 대해 MRO를 축소하는 한편, IT서비스 기술력과 전자상거래 분야의 노하우를 접목시킨 '신규 가치 창출'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기존 오너 지분 100%가 합병후 20% 수준으로 줄어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오너 주머니돈'이라는 시선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오너가의 자산을 유동화시키는 방식으로 MRO문제를 풀어 오히려 자산 증대 및 집중화 가능성을 조성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그럼, MRO 문제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기업들은 그동안 어떤 해법을 찾아왔을까.
가장 깔금한 해소에 나선 것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논란을 발빠르게 잠재웠다.
삼성은 지난해 말 논란이 거세지자 당시 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전격적으로 매각했다. 그룹의 9개 계열사가 지분 59% 가량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중에서 37%를 인터파크에 팔면서 사실상 손을 뗀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아이마켓코리아의 매각으로 MRO 논란은 완전히 해소됐다"면서 "기존의 거래물량은 인수 주체의 손실을 감안해 기한을 정해놓고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오는 2016년까지 총 9조9000억원규모의 물량을 아이마켓코리아에 유지키로 했다.
SK도 삼성만큼이나 전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계열사 MRO코리아의 사명을 '행복나래'로 바꿔 달면서 사회적 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했기 때문이다. 행복나래의 수익금 3분의2 이상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대기업 중 최초의 시도다.
반면, LG의 경우는 삼성과 SK의 해법찾기와는 다른 방향성을 이어가고 있다. 계열사 LG서브원은 중소기업의 영역에서 취급되는 품목을 자제하는 등 일부 사업의 조정을 하고 있지만 MRO 사업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공정위의 LG서브원에 대한 내부거래 조사가 '이상이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면서 동반성장 측면의 해법찾기였던 셈. LG는 그러나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주)LG의 100% 지분율에 대해서는 아직 개선의 방향을 잡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집중포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도 포스코 계열인 엔투비는 철강자재 등 중소기업이 취급하지 않는 품목을 다룬다는 점에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 대기업 입장에서는 MRO 사업 자체가 버리기 아까운 캐시카우 창구다. 오너가 손쉽게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만큼이나 각종 자재를 대량 구매하면서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 효과는 막대하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MRO 시장이 지난해 23조원, 올해 30조원 대의 성장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해외 물량 수주나 신사업 구상 측면에서도 사업 포기가 못내 아쉬운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MRO 사업 문제는 삼성이나 SK 모델이 논란을 잠재우는데는 가장 이상적인 해법"이라면서 "등떠밀려 해법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놓치기 아까운 사업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은 바람이 앞으로 새로운 해법찾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들의 MRO 사업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가 불거지면서 본격화됐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경비절감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대기업들의 MRO 사업은 초기, 주로 사무용품 등의 단순한 소모성자재 취급이 전부였지만 이후 MRO 시장이 확대되면서 철강 등 원자재부터 온라인 쇼핑몰 등의 유통시장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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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