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는 4일 미래대응기금 162조3000억원 운용안을 제시했다
- 여야는 여유자금 적립과 국채 상환을 두고 맞섰다
- 재정 안전판 규모와 운용수익·이자 부담을 따져야 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전액 적립도, 일괄 상환도 답은 아냐…'최소 안전판' 산출 필요성
예산 처리시한 한 달 앞…세수 급감 시나리오·운용 손익 내놔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경제부장 = 빚이 있는 집에 뜻밖의 보너스가 들어왔다. 대출부터 갚을지, 불황에 대비해 통장에 넣어둘지는 대출금리와 예금이자, 그리고 일자리가 얼마나 불안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도 본질은 같은 고민이다. 다만 나라 살림에서는 판단을 그르칠 경우 그 비용이 해마다 조 단위로 쌓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 미래대응기금 162조3000억원 가운데 45조4000억원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입된다.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는 데 쓰고,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그런데 같은 해 정부가 새로 발행할 적자국채는 100조1000억원에 달한다. 한쪽에서는 100조원이 넘는 빚을 내면서 다른 쪽에는 104조원을 쌓아두는 셈이다. 더욱이 162조원은 이미 확보한 현금이 아니다. 아직 걷히지 않은 내년 세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전망치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기금 조성 계획부터 흔들릴 수 있다.

민주당은 호황기에 확보한 재정 여력을 모두 쓰지 말고 경기 하강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반도체 경기가 식어 법인세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지출을 줄이면 경기 침체는 더욱 깊어진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국채 발행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미리 확보한 자금은 위기 때 증세나 복지 축소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기획예산처는 해당 재원을 일반회계로 편입해 모두 지출할 경우 지출증가율이 27%를 넘는다고 설명한다. 기금이 호황기에 재정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라는 논리다.
문제는 그 보험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여유자금은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수익률이 높다고 주식이나 사모펀드 등에 장기간 묶어두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단기채나 MMF(머니마켓펀드) 등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 중심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30일 연 3.715%였고, 10년물은 9월 한때 4.5%를 넘어섰다. 안전자산 운용수익률이 국고채 3년물 금리보다 0.5%포인트(p)만 낮아도 104조4000억원을 기준으로 연간 5000억원 이상의 금리 차이가 발생한다. 격차가 1%p로 벌어지면 1조원을 넘어선다. 운용수수료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국고채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검증할 연도별 기금 지출과 잔액 전망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여유자금을 국채 상환이나 신규 발행 축소에 우선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채 이자를 줄이면 그만큼 교육·복지·연구개발 등에 투입할 재정 여력이 생긴다. 국가채무 부담을 낮춰야 향후 위기가 닥쳤을 때 추가로 빚을 낼 여력도 커진다. 빚을 줄이는 것 역시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104조원을 한꺼번에 국채 상환에 투입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국채는 정부의 빚인 동시에 은행·보험사·연기금이 보유한 핵심 안전자산이다. 국채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고 만기별 금리 형성에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당장 빚을 갚더라도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더 높은 금리로 국채를 다시 발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재정경제부가 이달 국고채 발행 규모를 계획보다 5조원 줄이고, 2조원어치를 만기 전에 사들이기로 한 것처럼 국채 상환 역시 시장 상황을 살펴가며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 규모만으로 어느 쪽이 재정 건전성에 유리한지 판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기금을 적립하면 정부의 금융자산이 늘어나고, 국채를 상환하면 부채가 줄어든다. 두 방식 모두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효과는 다르다. 결국 금융자산을 차감한 순채무와 이자 부담, 위기 때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중기전망을 토대로 2029년 이후 기금의 핵심 재원인 추가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돈이 들어오는 기간은 짧은데, 청년미래적금이나 양육 지원처럼 해마다 예산이 필요한 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줄이기 어렵다.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에도 고정 지출만 남는다면, 적립을 택하든 국채 상환을 택하든 결국 국민에게 청구서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립과 상환의 비율을 다투기 전에 필요한 재정 안전판의 규모부터 계산해야 한다. 반도체 경기가 급격히 꺾이고 세수가 줄어들더라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금을 산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자금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국채 발행을 줄이거나 상환하는 데 활용하면 된다. 성장투자는 기대수익과 실패 위험을 철저히 검증하고, 해마다 반복되는 지출은 안정적인 재원이 뒷받침될 때만 늘려야 한다.
국회의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지금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내놓아야 할 것은 '미래 대비'라는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재정 손익계산서'다. 기금 운용수익과 국채 이자 부담을 비교하고, 반도체 세수가 급감할 경우 기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해마다 얼마를 꺼내 쓸 것인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야당 역시 국채 상환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말고, 빚을 갚은 뒤 경기 침체가 찾아왔을 때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 적립이냐 상환이냐의 논쟁은 그 계산서를 확인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j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