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2026.10.10일 솔리다임 IPO 논란을 둘러싸고 해외투자 회수 논의를 짚었다
- 솔리다임은 인수 뒤 AI 호황으로 가치가 크게 뛰어 해외투자 성과의 상징이 됐다
- 투자만 장려하고 회수를 막으면 글로벌화는 일방통행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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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국내에만 머물면 성장 곤란"…정부는 '사서 키우라' 했다
투자만 장려하고 회수는 막나…필요한 건 '해외 M&A 회수 기준'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우리 금융·산업자본이 해외에 투자하면 정부는 이를 '글로벌화'라고 부른다. 해외 자회사 설립과 해외 기업·자산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고, 해외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도 늘려 왔다. 그러나 투자가 이어지려면 회수가 가능해야 한다. 회수가 막히면 글로벌화는 선순환이 아니라 일방통행이 된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 기업공개(IPO) 논쟁은 한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넘어, 한국 자본이 해외에서 거둔 성과를 어떻게 회수하고 재투자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성공한 해외 자산이 현지 자본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고 자금을 조달하려 하자 '중복상장'과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이 먼저 나왔다. 투자는 장려하면서 회수는 막는 구조라면 글로벌화의 동력은 오래가기 어렵다.
◆ 90억달러의 반전…가치 증가분, KIC 20년 누적 순이익과 맞먹어
중복상장 논란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지만, 솔리다임은 단일 해외 인수 건으로는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급의 가치 창출 사례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 낸드 사업을 90억달러(당시 약 10조3000억원) 주고 인수한다. 한국 기업 해외 인수 역대 최대 규모였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솔리다임은 2021~2023년 누적 7조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반전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수요에서 왔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2조2500억원, 순이익은 5조8400억원이다. IPO 과정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로이터 보도 기준 최대 1500억달러(약 204조원), 블룸버그 보도 기준 최대 1000억달러다. 인수가의 11~17배다.
다른 해외투자 성과와 견주면 규모가 두드러진다. 금융권 해외투자의 대표 성공작인 미래에셋의 스페이스X 투자는 2022~2023년 2억78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넣어, 스페이스X 상장 뒤인 6월 말 평가액이 약 5조원으로 불어났다. 평균 취득단가 대비 주가는 약 5배다. 솔리다임의 가치 증가분(910억~1410억달러)은 이보다 수십 배 크다.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2005년 설립 이후 20년간 쌓은 누적 순이익(1224억달러)과도 맞먹는 규모다.
물론 아직 시장에서 확정된 가치는 아니다. 성과의 상당 부분은 AI 메모리 호황이라는 업황 덕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외 인수는 비싸게 사서 손해 본다'는 한국 시장의 오랜 기억을 바꿀 수 있는 사례라는 점은 분명하다.

◆ 정부는 '사서 키우라'고 했다
정부도 해외투자를 자본 유출이 아니라 성장 전략으로 봐 왔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7월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에서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서는 금융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기대하기 곤란"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시장 포화를 넘어 새 성장 모멘텀을 찾으려면 글로벌화를 통한 외연 확대가 필수라고 했다.
정책은 해외 점포 지원 수준이 아니었다. 해외 자회사 인수·설립 규제를 폭넓게 풀고, 해외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자금지원 제한도 완화했다. 역외금융회사 투자의 사전신고를 사후보고로 바꾸면서는 목적을 '금융회사의 해외투자 활성화 지원'이라고 못 박았다.
금융위는 같은 해 7월 19일 제14차 정례회의에서 해외 현지법인의 기업신용공여에 적용되던 NCR 위험값을 100%에서 모회사와 같은 1.6~32%로 낮추는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12월 27일 제23차 정례회의에서는 해외진출 사전신고를 사후보고로 바꾸고 중복보고를 면제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김주현 당시 금융위원장은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해외 자회사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신용공여 한도 확대와 담보제공 허용으로 자금조달 애로를 풀겠다며, 이것이 "국내 금융회사들의 신규 해외진출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내건 기대효과는 새 수익원 창출, 경상수지 개선, 그리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었다. 금융사의 직접 투자는 물론 우리나라 기업의 현지 투자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확대한다는 의미이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해외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확보하고, 국내 모회사가 자금을 대 현지에서 키우고, 그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은 국가가 장려할 경제활동이라는 것이다. 솔리다임은 그 모델에 가장 가까운 사례다.
제조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을 수출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KOTRA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해외투자를 희망하는 국내기업의 현지 법인 설립과 해외 M&A를 지원하고, 수출입은행은 외국법인 출자와 해외 자회사 시설·운영자금에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해외기업 인수와 현지 생산거점 확대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온 영역인 셈이다.

◆ 회수를 막으면 해외투자는 활성화 못해
문제는 그다음 단계다. 해외 M&A로 키운 기업이 현지 자본시장에서 일부 지분을 상장하거나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회수·재투자' 단계에 대해서는 아직 정책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 해외투자는 장려하면서 성공한 해외 자산의 현지 자본조달을 국내 중복상장 잣대로만 판단한다면 정책적 불일치가 생길 수 있다.
금융위는 올해 모험자본 정책에서도 회수시장 활성화를 강조했다. 국내 회수시장이 IPO에 편중돼 있으니 M&A와 세컨더리 등 회수 경로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 생태계를 겨냥한 정책이지만 투자→성장→회수→재투자라는 원리는 대형 해외 M&A라고 다르지 않다.
해외 인수에 실패하면 손실을 온전히 떠안고, 성공해도 현지 상장이나 지분 일부 매각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몰린다면 어느 이사회가 해외 M&A를 결정하겠나. 투자만 장려하고 회수를 막으면 해외투자는 일방통행이 된다.
거시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의 지난해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279억2000만달러, 투자소득은 301억7000만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였다. 해외에서 번 돈이 한국 경제의 새 축이 되고 있다. 먼저 이 길을 간 일본은 2024회계연도 1차 소득수지가 41조7100억엔에 달했는데, 그중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번 직접투자수익(25조9000억엔)이 증권투자수익(14조7000억엔)보다 컸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5월 300조원(2003억달러)을 넘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의 해외 주식 매수와 함께, 국내 상장사가 해외 자산을 키워 그 가치를 국내 주주에게 돌려주는 경로다.
솔리다임이 그 시험대다. 한국 돈으로 미국 회사를 사서 키웠고, 이제 미국 돈으로 그 회사를 더 키우려 한다. SK하이닉스가 지배지분을 지키는 한 커진 가치의 대부분은 코스피 상장사인 SK하이닉스의 주주에게 남는다. 이를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보는 것은 자본의 흐름을 거꾸로 읽는 것이다.
hkj7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