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피해자 의사와 무관한 공탁을 이유로 법원이 성범죄 피고인 감형을 결정했다.
- 서울고법은 준강간 A씨에 징역 3년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 양형위 기준 변경 뒤에도 공탁 감경 논란과 판결 편차가 이어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피해자가 '안 받겠다' 의사에도 감형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며 엄벌 의사를 밝혔는데도 법원이 이를 감형 사유로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성범죄에서 가해자가 피해자 동의 없이 법원에 돈을 맡기는 이른바 '기습 공탁'을 막기 위해 양형기준이 강화됐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공탁 자체가 여전히 형을 낮추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해자가 집행유예 기간 중 성폭행을 하고 영장실질심사 전 중국으로 도주했음에도 공탁을 근거로 한 이번 재판부의 '감형 결정'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1부(재판장 이상호)는 지난달 27일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를 포기해 이달 4일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죄로 징역형 집행유예(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 기간 중 피해자를 준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인 관계였던 피해자가 만취해 잠이 든 상태에서 강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법원이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지만 이에 불응해 중국으로 도주하기도 했다.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A씨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 이 사건 선고 이틀 전까지 피해자는 A씨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도 "피고인은 공동폭행죄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음에도 반성하지 않은 채 또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위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매우 큰 성적 불쾌감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 피고인은 영장실질심사에 불응한 채 중국으로 도주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못한 점 등은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피해자에게 5000만원을 형사공탁한 점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보고 감형을 결정했다.
형사공탁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을 경우 합의금 등 명목으로 피해자의 권리회복 차원에서 필요한 금전을 공탁하는 제도다. 피해자가 A씨의 공탁금을 받지 않았고 엄벌을 탄원했지만 재판부는 참작 사유로 봤다. A씨가 부양해야 할 아내와 어린 자녀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시인하고 있는 점, 동종 성폭력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를 위해 5000만 원을 형사공탁한 점,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성행·환경, 피고인에게 부양해야 할 처와 어린 자녀가 있는 점이 사건 범행 경위,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건강상태, 기타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체 성범죄 양형기준 참작 사유에서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했다. 선고 전 피고인이 감형받을 목적으로 기습 공탁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앞서 불법촬영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축구선수 황의조가 기습 공탁 해 큰 논란이 됐다. 황씨는 1심 선고를 20여 일 앞두고 법원에 공탁금 2억원을 냈는데, 피해자가 받을 의사가 없다고 했는데도 1심 재판부는 공탁금을 낸 것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황씨 사건으로 기습 공탁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감형에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에 양형위는 기습공탁 양형 기준을 변경하며 "공탁은 피해 회복 수단에 불과하나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로 인해 공탁만으로 당연히 감경 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양형위의 기준 변경에도 법원 판단의 편차는 여전하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2021년~2023년 성범죄 양형기준 준수율은 87.6%로 같은 기간 전체 범죄군의 평균 양형기준 준수율(91.1%)보다 3.5%포인트(p) 낮다. 디지털성범죄의 양형기준 준수율은 79.9%로 전체 범죄군 평균보다 11.2%p나 낮았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법 양형위의 기준 변경 후 피해자가 공탁을 수령할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재판부가 공탁했다는 사정만으로 감형하는 사례는 최근 확실히 줄었다"면서도 "이 사건처럼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탁금을 냈다는 이유로 감형해주는 재판부의 판단이 종종 있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그간 성범죄에서 기습공탁에 대한 문제가 많았고, 위 사건처럼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도 재판부가 공탁을 참작사유 중 하나로 반영하는 것은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0win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