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친정인 삼중댁은 아침 아홉시면 네살 백이 아들의 손을 잡고
마을 정거장 앞에서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주인과 아이를 따라 나선 털 많은 발발이 한 마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버스 정거장까지 졸랑졸랑 쫒아와
전날 싸놓은 백일홍 화단 곁에서 자신의 냄새를 찾는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던 아이가 제 어미와 떨어지기 싫은 듯
투정을 부리며 칭얼거리자
베트남댁은 아이를 자신의 가슴에 안으며
한참을 꼬옥 껴안고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다
통학버스에 아이를 실어 보낸 베트남댁은
종종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베트남댁 종종 걸음이 한 마리 나비같다
종종 걸음으로 돌아가다가 동리 할머니를 만나면
으레 가던 걸음을 멈추고 환한 얼굴로 목례를 하는 것이다
제 주인과 떨어져 제 냄새를 찾던 발발이 흠칫 고개를 들더니
날랜 걸음으로 제 주인을 따르는 것이다
베트남댁 종종 걸음으로 되돌아오는 길 숲에
가을을 가득 품은 감국 무리 남은 향내 풀풀 날리는 것이다」
남효선 시 '늦가을 풍경' 전문 시집 『꽈리를 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하늘은 높다. 오래된 회화나무 위로 흰 뭉개구름이 한가롭다.
낮 기온도 20도 안팎을 맴돌며 선선하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15도까지 떨어지면서 제법 쌀쌀하다.
가을이다. 기후변화가 우리 삶의 언저리까지 바투 다가오면서 폭염과 폭우가 기승을 부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세상은 맑은 바람으로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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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꽃나무가 서늘한 바람을 들여 반지처럼 꽃대를 둘러 남빛 속살을 열자 숨어 있던 꽃무릇이 속눈썹을 길게 매달며 진홍빛 꽃을 피운다.
부지런한 꿀벌들이 층꽃과 꽃무릇을 마구 넘나들며 진한 수액을 삼킨다. 꿀벌은 가을 햇살이 계란노른자를 닮은 여린 볕을 거둘 때까지 층꽃과 꽃무릇을 오가며 마당을 점령한다.
부지런한 이웃의 할아버지가 가을볕을 흠뻑 맞으며 마당과 고샅길의 풀을 깎는다. 추석에 고향집을 찾는 자식들의 반가운 발길을 만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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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득 가을이 종일 서성인다.
nulche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