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중국 지린성 연길에서 6월30일 한복·한국식 화장 체험이 인기를 끌며 중국 전역 MZ세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 연길 중국조선족민속원 일대는 한복 대여·K-뷰티·한식 소비가 결합된 조선족·한국 문화 체험의 핫플로 자리잡았다.
- 기자는 이 한복·민속원 열풍이 한중 지자체·기관 협력을 통한 문화·관광 교류 확대의 새로운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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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서울보다는 기온이 5~6도 낮지만 초여름의 열기가 막 시작될 무렵인 6월 30일,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州都)인 연길(옌지)시 남쪽 '중국조선족민속원(中国朝鲜族民俗园)' 인근 거리.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전역에서 가장 핫한 '인생샷' 명소로 떠오른 이곳에는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고운 한복 차림의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선족민속원 입구에서 만난 관리원은 "민속원과 여기에 딸린 민속원 미식거리, 그리고 한복 문화 체험 거리는 요즘 단순한 민속촌의 개념을 넘어 중국 전역으로부터 MZ세대는 물론 중장년층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거대한 문화 트렌드의 발상지로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붉고 푸른 치맛자락의 물결, 연길을 뒤덮다
민속원으로 향하는 길목인 인근 미식거리(음식특화거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끝없이 늘어선 한복 대여 상점들이었다. 족히 수백 개가 넘어 보이는 한복 대여 매장 안에는 화려한 금박이 박힌 치마와 파스텔톤의 저고리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기자는 그 수많은 상점 중에서도 유독 문전성시를 이루는 '시간의 흔적'이라는 이름의 한복 대여점을 찾았다. 상점 주인은 인심 좋게 사진 촬영을 허락하며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한국식 화장을 한 뒤 민속원을 방문해 인증샷을 남긴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 거리에서 한식까지 맛보며 조선족 문화와 한국 문화를 동시에 체험하는 코스가 인기"라고 소개했다.
"한복 대여, 헤어 스타일링, 한국식 메이크업에 전문 스냅 촬영까지 포함해서 199위안(약 3만 8천 원)부터 시작합니다. 한복 대여만 하시면 50위안이면 충분해요. 마음에 드는 세트로 골라보세요!"
상점마다 손님을 부르는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본 199위안부터 시작해 정교한 자수나 장신구가 추가되는 다양한 가격대의 세트 상품들이 정찰제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거울 안의 세월'이라는 이름을 가진 또 다른 한복 체험 매장. 화장대 앞은 설레는 표정으로 마음에 드는 고운 한복을 고른 뒤 거울 앞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는 젊은 여성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흥미로운 점은 한복 체험에 나선 이들이 '한국식 화장'을 적극적으로 선호한다는 점이었다. '거울 안의 세월' 종업원은 "중국 전통 화장법이 아닌, 깨끗한 피부 표현과 자연스러운 음영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한국형 메이크업(K-Beauty)'이 가장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K-뷰티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정교하게 땋아 내린 머리에 비녀와 첩지를 얹고, 은은한 조명 아래서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관광객들의 표정에서는 그지없이 즐겁고 행복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찰나에 담긴 설렘, 몇장의 사진이 말해주는 풍경
민속원 내부와 '시간의 흔적', '거울 안의 세월' 등 미식거리 한복 체험 매장 곳곳에서는 조선족 문화 붐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생생한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너머로 마주한 관광객들의 표정과 몸짓은 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의 이야기였다.
첫 번째 사진 속 주인공들은 화장대 앞에 앉아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섬세한 붓끝을 바라보며 설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한 층 한 층 정교한 '한국형 메이크업'으로 변해갈 때마다, 체험자들의 눈빛은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연길의 민속원 거리에 들어선 관광객들은 낯선 문화인 한복을 차려입기 직전, 수줍으면서도 상기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두 번째 사진은 민속원 안에서 다양한 조선족의 생활 문화를 체험하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현재 연길은 낯선 소수민족 문화를 체험하려는 중국 전역 젊은 세대들의 열기로 들끓고 있다. 장쑤성 출신의 한 연인은 남녀 한복을 맞춰 입고 민속원의 고즈넉한 기와집을 배경으로 스냅사진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성은 미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 남성은 금박이 박힌 검은색 한복 정장을 차려입고 셀카를 찍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도 전통 의상인 한푸(漢服)가 있지만, 조선족 전통 복장인 한복은 고운 색감과 디자인 등 고유의 아름다움이 정말 뛰어난 것 같아요." 셀카 촬영을 마친 연인은 자신들이 차려입은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한국에 가게 되면 꼭 한복을 입고 창덕궁을 구경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사진은 민속원 인근 미식거리의 한 음식점 풍경이다. 한복 촬영을 마친 관광객들이 떡볶이와 냉면을 먹으며 스마트폰을 열어 방금 찍은 스냅사진들을 즐거운 표정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진을 보며 까르르 웃는 연인과 친구, 가족들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 묻어났다. 이들에게 한복은 박물관 안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을 가장 신나게 즐기고 소비할 수 있는 축제이자 살아있는 체험 대상이었다.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조선족 문화'에 매료된 MZ세대
조선족민속원 내부로 발을 들이자 그야말로 신천지가 펼쳐졌다. 전통 가옥인 기와집과 초가집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정원 사이로, 울긋불긋 예쁜 한복 차림을 한 수백 명의 '조선족 공주'들이 저마다의 포즈를 취하며 촬영에 열중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면면은 다채로웠다. 이곳을 찾은 많은 관광객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내 대도시에서 비행기와 고속철을 타고 날아온 한족 관광객들이었다.
상하이에서 온 여성 천 씨는 "상하이보다 기온이 5~6도 낮아 피서 겸 이곳 연길을 찾았다"며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이를 영상에 담아 더우인(틱톡)이나 빌리빌리 같은 SNS에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에서 4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한 대학생은 "디엔핑(大众点评)과 샤오홍슈(小红书)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보고 반해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조선족의 전통 가옥을 배경으로 예쁘고 이국적인 옷을 입으니 마치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개를 살짝 숙이세요", "저쪽 마오얼산(모자산, 민속원 인근 산)을 바라보세요", "치맛자락을 살짝 잡아보세요." 카메라를 든 민속원 내 전문 사진작가들은 모두 노련한 연출가나 다름없었고, 한복을 차려입고 이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관광객들은 한 명 한 명 모두가 유명 연예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소수민족 문화를 넘어 'K-컬처'의 창구로
민속원과 부근 거리 탐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연길의 이러한 열풍이 단순히 중국 내 소수민족 문화 체험이라는 틀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간의 흔적'을 비롯한 인근의 한복 대여 상점들과 미식거리에서 소비되는 다양한 문화 상품과 서비스는 우리 '한국 문화(K-Culture)'와 깊은 맥이 맞닿아 있었다.
관광객들이 대여하는 한복 디자인은 한국의 사극 드라마나 현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개량 한복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메이크업 기법과 미식거리에서 판매되는 떡볶이, 냉면, 전 등 다양한 음식 역시 한국의 대중문화 및 현대 음식 문화와 긴밀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기자의 눈에 연길 민속원 일대는 중국인들에게 조선족 고유의 역사와 삶을 소개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고 친근한 방식으로 한국 문화를 접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문화 교류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소수민족 문화 구역이지만, 내적으로는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형태의 한류가 숨 쉬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중 문화·관광 교류의 새로운 활로를 기대하며
시절에 따라 한중 교류의 기류에 기복은 있지만, 초여름의 길목에서 목격한 연길의 문화 소비 현장은 매우 활발하고 역동적이었다. 대중들이 낯선 문화를 경험하면서 자발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이웃 나라의 문화를 즐기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민간 교류가 일어나고 있었다.

현장을 돌아보면서 연길 일대의 이 같은 '한복·민속원 열풍'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면, 향후 한중 상호 협력을 통한 문화 관광 교류 촉진의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의 지자체나 문화 콘텐츠 기관이 연길 민속원 측과 협력하여 정기적인 전통 의상 패션쇼를 개최하거나, 정통 K-뷰티 전문가들의 팝업 클래스를 운영하고, 아리랑 같은 전통 민속 음악 공연을 개최하는 등의 교류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구상이 될 것이다.
매년 중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에게 더 깊이 있고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연길을 한중 양국 문화가 건강하게 교류하고 상생하는 '대규모 소통의 접점'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민속원을 나서는 길, 뉘엿뉘엿 지는 석양빛을 받아 붉고 푸르게 빛나는 파스텔톤의 한복 치맛자락들이 여전히 민속원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 속에 실려 오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에는 한중 문화 교류 증진의 새로운 가능성이 짙게 묻어났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