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업자, 단가 부담 확대..."공사 가격 상향 불가피"
추가금 요구·자재 제한 등 소비자 부담도..."정부 외교 노력해야"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최근 직원들에게 연차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 이후 유통되는 타일 물량이 줄어들면서 대리점 일감도 축소돼서요." (타일 대리점 관계자 A씨)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자재 수급 차질로 이어지며 타일 유통 시장 전반에 물량 공백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전쟁 장기화 시 공급 축소를 넘어 가격 인상 압력까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필름·본드 등 인테리어 자재값 30% 이상 올라...나프타 공급 영향

6일 방문한 서울 중구 방산시장. 이른 아침부터 벽지, 바닥재, 필름 등 인테리어 자재 대리점이 가게 문을 활짝 열었지만 발길은 뜸했다. 필름 대리점을 운영하는 B씨는 "3월과 4월 한 차례씩 필름 가격이 인상돼 총 30% 올랐다"며 "4월 중순에 더 오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재고를 미리 쟁여두고 싶어 하는 인테리어 업자들이 있어 3월 말에 발주를 넉넉히 넣었지만 물량이 나올지 불확실하다. 4월부터는 신규 발주를 10번 넣으면 8~9번 물량이 안 나오는 상태"라며 "자재를 유통하는 대리점의 피해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후 한 달 넘게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인테리어 자재 물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생긴 영향이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기름이다. 실리콘, 폴리염화비닐(PVC) 등 인테리어 자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국내에 수입되는 나프타의 54%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유통된다.
공급이 막히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나프타 단가는 t당 1127달러(170만원)다. 지난 2월 608.6달러(92만원), 3월 1018.64달러(154만원) 등 전쟁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568.59달러·86만원)와 비교하면 가격이 약 98% 뛰었다.
자재 유통 대리점들은 물량 부족을 체감하고 있다. 벽지·바닥재 대리점을 운영하는 C씨는 "본드는 4월부터 가격이 30% 정도 뛰었고 벽지와 바닥재도 제조사에서 조만간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전했다"면서 "대형 제조사의 본드 제품은 아직 재고가 있지만 원재료 수급이 어려운 중소 제조사 일부 상품은 공급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비닐·필름 대리점을 운영하는 D씨도 "필름 발주를 넣으면 전쟁 이전보다 납기가 20일 이상 지연된다"며 "공장으로부터 공급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를 진행 중인 인테리어 시공업자들이 넉넉히 재고를 확보해두고자 발주를 요청해도 물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 인테리어 시공업자, 재고 부족·가격 상승 이중고...공사 단가 인상도 고려
자재 공급 위축과 가격 상승 속에서 인테리어 시공업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테리어 시공업체 관계자 E씨는 "전쟁이 장기화될 전망이라 앞으로 자재 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추측된다"며 "지금이라도 실리콘을 미리 쟁여두려고 온라인 쇼핑몰 여러 곳에서 주문했지만 재고 부족으로 모두 취소됐다"고 호소했다.
인테리어 시공업체 관계자 F씨는 "평소 자주 사용하던 싱크대가 있는데 최근 거래처에서 물량이 없어 판매가 어렵다고 들었다"며 "아마 가격을 인상한 후 물량을 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인상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인테리어 가격 인상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E씨는 "앞으로 자재값이 계속 오르면 시공 가격을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며 "주변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업자들이 많은데, 일부 업자들이 먼저 가격을 올리면 업계에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전반적인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F씨도 "보통 자재 가격은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사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사가 줄었는데 가격 유지를 택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인상을 선택하면 계약이 감소할 수 있어 고민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 자재 변경·추가금 요구 등 소비자 부담 확대..."정부 외교적 노력 필요"

이미 인테리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 이번주 인테리어 시공을 앞둔 소비자 G씨는 "인테리어 시공업자가 자재 수급이 어렵다면서 일부 자재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자고 요구했다"며 "자재 미팅 때 신중히 생각해서 고른 것인데 기분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인테리어 시공업자와 계약을 완료했다는 소비자 H씨는 "곧 도배·장판 시공을 시작하는데 인테리어 시공업자가 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추가금 70만원을 요구했다"며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최초 계약금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전쟁으로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나프타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나프타 공급 부족은 리모델링 단가, 아파트 분양가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다만 인테리어는 식품이나 석유보다는 긴급성이 덜하기 때문에 정부가 섣불리 개입해 가격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구조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나프타 공급이 정상화돼 시장에서 가격이 자연스럽게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선박이 통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