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8일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원자재 위기와 관련해 "공급망 충격은 언제나 예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깊게, 그리고 더 멀리 퍼진다"며 "위기일수록 필요한 것은 본능이 아니라 전략적 절제"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중동 상황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기억을 다시 불러낸다"며 "국지적이지만 가볍지 않은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팬데믹은 모든 것이 동시에 멈춘 '면의 충격'이었다"며 "반면 이번 위기는 에너지와 기초 소재라는 특정 고리를 겨냥한 '점의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점의 충격은 작아 보이지만, 공급망을 타고 확산되면 결국 면으로 번진다"고 우려했다.
최근 정부의 나프타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면서도 "수출 통제는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국제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공급망은 국경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서 균열이 생긴다"면서 "파트너 국가의 생산 차질은 핵심 광물, 에너지, 식량 등 우리가 의존하는 영역의 교란으로 되돌아온다"고 짚었다.
그는 "위기 때의 수출 통제는 오래 기억된다"며 "공급이 끊겼던 경험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정책적 기억으로 남는다"고 경고했다. 또 "사태가 끝난 뒤에도 그 기억은 거래 관계의 방향을 바꾸고, 때로는 보복과 대체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통제가 아니라 정교한 운영"이라며 "국내적으로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가 전제되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파트너와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모든 것을 끊는 것이 아니라, 끊어서는 안 되는 흐름을 구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결국 관건은 국내 안정과 국제 신뢰를 동시에 관리해내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김 실장은 "팬데믹에는 백신이 있었지만 이번 위기는 다르다. 지정학과 에너지 갈등에는 정해진 해법이 없다"며 "기다린다고 끝나지 않으며, 조정하고 선택하고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멈추는 브레이크가 아니라 방향을 바로잡는 일"이라며 "나프타를 지키려다 리튬과 에너지라는 더 큰 흐름을 잃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앞서 지난 2022년 팬데믹 대응 경험을 담은 '격변과 균형'을 출간한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서 팬데믹 초기 대응에 참여했던 그는 위기 대응의 핵심이 속도가 아닌 '균형'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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