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규제 차익 해소·공시 강화" 제도 손질 나서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금융감독원이 국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을 분석한 결과, 시장 규모는 축소되는 반면 상장 초기 투기적 거래는 오히려 확대되는 이상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스팩 시장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된 스팩은 25건, 공모금액 2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7.5%, 3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스팩이 차지하는 비중도 5.7%로 전년(9.3%)보다 크게 줄었다. 스팩 상장 건수는 지난 2022년 45건을 고점으로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합병 성공률도 급락했다. 지난해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15건으로 전년 대비 2건 줄어든 데 그쳤지만, 합병에 실패해 상장폐지된 건수는 24건으로 전년보다 200% 급증했다. 그 결과 합병 성공률은 38.5%로 전년(68.0%) 대비 반토막 났다.

금감원은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투기성 거래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난해 상장된 스팩들은 상장 당일 공모가 2000원에서 시작해 장중 평균 4067원까지 치솟았다가 종가 기준 2227원으로 급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공모가 대비 장중 고가 상승률이 203%에 달한다. 최근 5년 평균으로 봐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금감원은 스팩이 실질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현금만 보유하는 '껍데기 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공모가를 크게 벗어나는 가격 급등락은 가치평가와 무관한 투기적 행태라고 판단했다.
합병 이후 주가 흐름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합병에 성공한 스팩 14건을 추적한 결과, 3개월 후 평균 주가는 5.2% 하락했고 하락 종목 비중은 71.4%에 달했다. 9개월 후에는 평균 하락폭이 26.6%로 확대됐고 하락 종목 비중도 85.7%로 늘었다. 2021년부터 5년 평균을 보면 합병 후 4년이 지난 시점의 평균 주가 하락폭은 31.8%, 하락 종목 비중은 87.5%에 이른다. 금감원은 일반 IPO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제도 탓에 합병가액이 고평가된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스팩 상장 첫날 과도한 주가 급등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경보 확대와 공시서류 심사 강화를 추진하고, 스팩과 일반 기업공개 간 규제 차익 해소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2020년대 초 스팩 급증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경험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4년 공시의무 강화 등 제도 개선에 나선 사례도 참고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스팩에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게도 주의를 당부했다.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를 벗어날 이유가 없으며,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할 경우 합병 실패에 따른 청산 시에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