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뉴스핌] 이형섭 기자 = 지난 3월 8일, 강원 원주시의 한 쓸쓸한 원룸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곳은 생전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지내던 한 주민이 세상을 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된 '고독사'의 현장이었다. 이곳에서 삼산병원봉사단(단장 손경준), 다함께봉사단(단장 신민성), 강원견인차봉사단(단장 박양선), 봉주르봉사단(단장 김동희)이 함께한 제32회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이사'가 조용히 진행됐다.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이사'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어진 채 홀로 임종을 맞은 이들의 삶을 정리해주는 봉사 활동이다. 방 안 가득 쌓인 유품과 생활 쓰레기를 정리하고, 악취와 오염으로 얼룩진 공간을 소독·청소해, 고인이 사람답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마지막 배웅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청소'로 보일 수 있지만, 봉사자들에게 이 작업은 "고인이 이 세상을 떠나 천국으로 이사 가는 길을 정리해 드리는 일"이자, 남겨진 이웃과 지역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이다.
이날 현장에는 병원에서 근무하며 실제로 생사의 경계에 놓인 환자들을 돌봐온 의료·보건 종사자,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견인·운송업 종사자, 자영업자와 직장인, 요양·돌봄 분야 종사자 등 각자의 일터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시민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평소에는 환자를 돌보고, 차량 사고 현장을 처리하고, 가정을 꾸려가는 평범한 이웃이지만, 누군가의 죽음이 뒤늦게 발견된 순간만큼은 고인의 가족이자 장례지도사의 마음으로 마지막을 책임지는 사람들로 변한다.
봉주르봉사단 김동희 단장은 "외롭게 지내던 고인이 뒤늦게 발견됐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안타깝다"며 "사전에 봉사단원들과 함께 방 안 상태를 점검하고, 소독 작업과 적치 물품량을 확인한 뒤, 폐기물 수거 장소도 미리 섭외해 인근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가지 않도록 세세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에게는 이름도 남지 않는 작은 원룸일 수 있지만, 고인에게는 평생의 기억이 쌓인 마지막 집이었다"며 "앞으로도 유족들의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외로운 이웃의 마지막 길을 살피는 봉사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봉사자들이 정리하는 것은 단순한 '짐'이 아니라, 고인의 일생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유품들이다. 낡은 수첩, 약 봉투, 옷가지 한 벌마다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어, 봉사자들은 함부로 버리지 않기 위해 서로 상의하며 분류 작업을 진행한다.
누군가는 냉장고 안 상한 음식과 폐기물을 치우고, 누군가는 바닥과 벽을 소독하고 닦아내며, 또 다른 이는 유품과 쓰레기를 나르기 위해 견인 차량과 화물 차량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돌봄 현장에서 쌓인 경험, 운송·안전 분야에서 익힌 노하우, 지역 봉사 활동에서 다져진 조직력이 자연스럽게 모여 '마지막 이사팀'을 이룬다.
서로 다른 직업과 일상을 가진 봉사자들이 하나의 이름,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이사' 아래 모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혼자 떠나는 죽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고인의 마지막 집을 정리하며, "당신의 삶은 헛되지 않았고, 누군가는 끝까지 당신을 기억하고 존중해 준다"는 말을 행동으로 대신 전한다. 동시에, 이 활동은 지역사회에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 더 촘촘한 돌봄과 이웃 간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도 한다.
올해로 32회 차를 맞은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이사'는 단순한 청소 봉사를 넘어, 죽음의 현장을 사람의 존엄을 회복하는 자리로 바꾸는 시민 참여 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봉사자들은 매번 익명의 고인을 마주하면서 "언젠가 우리도 이사를 떠나는 날이 온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살아 있는 동안 주변을 돌아보는 삶의 태도를 다시 다잡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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