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웍스-메가박스 합병도 답보…구조조정 속도 둔화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 2024년 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추진해온 주요 구조조정 작업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자금 조달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렌탈 매각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심사에서 불허된 이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데 이어 영화관 사업 구조조정 카드로 거론됐던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합병 논의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가 최근 몇 년간 추진해온 자산 매각과 사업 재편 전략이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비상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벽에 막힌 롯데렌탈 매각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구조조정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직접적인 계기는 롯데렌탈 매각 무산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3월 어피니티와 호텔롯데(35.0%), 부산롯데호텔(21.2%)이 보유한 롯데렌탈 합산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에 매각하는 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시 매각 배경은 비핵심자산을 정리해서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를 불허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이 35%로 과반에 미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 불허가 예상 밖 결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어피니티가 이미 업계 2위 SK렌터카를 보유한 상황에서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까지 인수할 경우 렌터카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업계 3위 이하 사업자들이 대부분 캐피탈사라는 점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캐피탈사들은 금융 규제로 인해 리스 사업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렌터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상위 사업자 간 결합이 시장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롯데는 롯데렌탈 매각이 제동에 걸리면서 자금 조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렌탈 매각으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에 각각 약 9800억원과 6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지난해 9월 기준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이 약 14배에 달한다.
이에 롯데는 이달 중 공정위로부터 관련 심사보고서를 전달받는 대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와 어피니티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카드로는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소요 시간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이의신청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행정소송의 경우 최종 판결까지 2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반면, 이의신청은 결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96조에 따르면 처분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의신청을 접수한 날부터 60일 이내 재결해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30일 범위 내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공정위가 지적한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뚜렷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SK렌터카를 매물로 내놓고 원매자를 찾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명확히 제기된 만큼 이를 해소할 구조적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매각이나 다른 투자자 유치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 구조조정 카드도 '답보'
롯데가 추진해 온 또 다른 구조조정 카드인 영화관 사업 재편 역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컬처웍스와 중앙그룹의 메가박스 합병 논의는 지난해 5월 발표 이후 약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두 기업은 합병을 통해 극장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공정위 심사 지연으로 협상이 사실상 멈춘 분위기다.
지난해 기준 국내 영화관 시장 점유율(상영관 수 기준)은 CJ CGV가 43.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시네마(29.8%)와 메가박스(24.9%) 합산 점유율이 54.7%로 절반 이상을 기록, CJ CGV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두 회사는 합병 시 멀티플렉스와 투자·배급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합작 법인을 공동 경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침체된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과점 심화로 중소 투자·배급사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그간 추진해온 구조조정 전략이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는 지난 2024년 말부터 투자 축소와 자산 매각, 조직 효율화 등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구조조정 계획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재무 전략 실행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렌탈 매각과 극장 사업 재편은 롯데 구조조정 전략에서 상징성이 큰 거래"라며 "핵심 카드들이 동시에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구조조정 속도 자체가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nrd@newspim.com












